[지지대] 필리핀 이모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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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섭 논설위원

우리나라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곳이 많다. 중소 제조업, 농촌, 어촌 등의 3D(difficult·어렵고, dirty·더럽고, dangerous·위험한) 업종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은 상당히 크다. 저출생 고령화 속에 산업현장의 빈 일자리를 메우기 위한 외국인 근로자 입국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9월에는 과도한 육아 부담을 외국인 인력으로 대체하기 위해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입국했다. 이들 ‘필리핀 이모’는 서울시내 142곳 가정에 투입됐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사업은 공공돌봄 부족, 내국인 관리사 구인난, 높은 인건비 등의 문제 해소를 위해 시행됐다. 24~38세 필리핀 인력 중 현지 직업훈련원에서 소정의 교육을 이수하고 정부 인증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에게 고용허가제가 적용되는 ‘E-9’ 비자를 부여해 국내 가정의 아동 돌봄 및 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필리핀 이모들은 영어가 유창하고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이들에겐 국내 최저임금에 맞춘 시급과 4대보험을 보장하고 있다.

 

기대와 우려 속에 시작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지난 3일로 시행 한 달을 맞았다. 그 사이 24가정이 중도에 취소하는 등 여러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달 추석 연휴에는 가사관리사 2명이 숙소를 이탈해 돌아오지 않았는데, 4일 부산에서 붙잡혔다.

 

잠적 이유로 임금 등 근로조건에 대한 불만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최저임금 적용을 둘러싼 잡음이 여전하다. 하루 8시간 근무 기준 이용 가정이 지불하는 금액은 약 월 238만원이다. 30대 가구의 중위소득(509만원)의 절반에 가까워 이용자는 너무 비싸다고 하는데, 필리핀 이모들은 숙소비와 세금 등을 빼면 손에 쥐는 게 얼마 안 된다고 한다.

 

오후 10시로 돼 있는 숙소의 ‘통행금지’도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다. 고용노동부가 뒤늦게 통금을 없애고, 한 달에 한 번 주던 임금을 격주로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외국인 가사관리사 1천200명이 추가로 들어온다고 밝혔다. 본사업 전에 시범사업에서 노출된 문제점을 섬세하게 점검하고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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