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나무, 청동 등 다양한 재료로 저마다의 주제를 표현한 ‘조각전’으로 국내 조각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성남문화재단은 오는 13일까지 성남큐브미술관에서 2024 성남의 얼굴전 ‘리게더: REGATHER’를 선보인다. ‘성남의 얼굴전’은 성남문화재단이 지난 2006년부터 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성남의 다채로운 모습을 소개하기 위해 진행하는 대표 주제 기획전이다.
올해는 성남문화재단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조각’ 장르에 집중해 창작활동을 이어 온 신한철, 양태근 등 조각가 7명의 작품 34점을 내걸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신한철 작가의 ‘무한구체’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신 작가는 국내에서 가장 큰 조각인 전쟁기념관 6.25 상징조형물을 설치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신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스테인리스 스틸 구체들이 집적된 대형작품을 선보이는데, 이 구체들은 표면이 매끄럽고 거울처럼 관람객들을 비추며 주변 형상들을 투영한다.
거울효과를 가진 구체들이 연결돼 서로를 비추며 만들어지는 무한한 공간은 광활한 우주적 공간을 떠올리게 하며, 이에 반영되는 ‘나’는 소우주라는 동양적인 우주관을 담고 있다. 특히 신 작가의 ‘무한구체’는 전시 공간마다 다른 형태로 설치되기 때문에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의 형태가 유일무이하다는 특징이 있다.
전시에선 독자적인 조형 세계로 한국 현대 조소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성묵 작가의 ‘메신저’ 시리즈도 볼 수 있다. 작가는 일상 속 밀접한 오브제인 의자의 형상에 다양한 재료를 덧대 삶의 새로운 소통 창구인 ‘메신저’의 역할을 부여했다. 작품은 프레임만 남겨진 채 기능적 용도가 배제된 의자를 통해 물질의 성질을 뛰어넘는 인식의 문제, 존재론적인 의미를 탐구하게 한다.
나무 합판을 겹겹이 쌓아 만든 유재홍 작가의 ‘The hole’은 나무의 질감을 극대화하고 작품 내형과 외형의 이질감을 교차해 드러낸다. 유 작가는 면밀한 계산으로 나무 합판을 약 1cm 간격으로 각각 다르게 재단해 켜켜이 붙인 끝에 천의 주름과 같은 형태를 구현했다.
이와 함께 선보이는 이 작가의 또 다른 작품 ‘1 week’는 톱밥과 접착제를 섞어 가공한 목재 합판인 ‘MDF’를 서류 봉투의 형태로 재현한 작품이다. 이 작가는 나무와 봉투라는 재료의 대조되는 속성에서 드러나는 공간의 생산과 확장에 대한 결과를 제시했다.
이 밖에 전시에선 물질과 재료에 대한 끊임없는 실험으로 자연, 환경 등 인간을 이루게 하는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양태근 작가의 ‘교감’, 체리를 생동감 있는 색감과 과장된 크기로 표현해 강한 생기를 나타낸 윤덕수 작가의 ‘체리’를 만날 수 있다.
또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를 긴 시간 직접 연마하는 노동집약적인 작업을 통해 인체를 떠오르게 하는 유기적 형상을 선보인 이윤복 작가의 ‘BODY’, 빛과 그늘의 경계·존재와 비존재 사이의 미묘한 경계를 탐구해 진정한 자아를 찾고자 하는 이후창 작가의 ‘빛의 촉감’ 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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