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전 한국부동산학박사회 회장·부동산학 박사
2005년 시작된 용인역삼도시개발 사업. 자신의 땅임에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는 세금만 내 온 수백명의 조합원 속은 이미 탈대로 탄 상태. 무려 20년, 지역개발 정체 전국 1위라는 오명을 가진 용인역삼도시개발 사업은 과연 가능성이 있는가. 지금 어떻게 되고 있나.
용인시를 위해 지역개발 전문가로서 이 문제를 다시 살펴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었다. 이 사업의 직무대행자가 총회 개최를 위해 정비업체와 계약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와 관련된 세력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고 이 사업을 둘러싼 문제들이 또 다시 이슈화된다는 게 감지됐기 때문이다.
지금 조합원들은 얼마나 기대하고 있을까. 조합원들의 여론이 궁금했다. 의외로 내가 만난 조합원들의 반응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지난 수십년 실패했던 코스를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무대행자는 다시 일상적 총회를 여는 것에만 급급하고 다시 슬금슬금 총회꾼들이 모여들면서 자기 세력의 유익 계산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고 있는 것. 거기다 참으로 황당한 것은 작년 총회에서 불법이라고 법원의 판정을 받은 세력들이 또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때 공모, 동조라고 불러도 될 만큼 그들의 불법을 수수방관했던 용인시 관계자들도 거의 그대로인 상황이다.
그렇다. 나도 조합원들의 이러한 우려에 동의한다. 이대로 가면 이 사업은 또 실패할 수 밖에 없고 설사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땅 주인인 조합원들은 뒤로 밀리고 세몰이로 정권을 잡은 조합장과 지도부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백 투 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s)’,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조합은 조합원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조합장은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섬기는 사람이다. 이러한 ‘근본’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조합원을 위해 충성하겠다고 약속한 후보가 조합장만 되면 갑자기 돌변해 자기 이익만 추구하다가 또 엎어져온 것이 지금까지의 스토리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현재 이 근본이 왜곡되고 오염된 상황에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주인공은 조합원들 자신이다. 이제 말로만 해서는 안 된다. 현 제도에 대해 혁신적인 행동을 해야만 한다. 조합원들이 새로운 총회를 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총회에서, 정치적으로 조합장이 되려 하던 자들이 그 권력을 사용해 차지하려던 밥그릇을 조합원들이 결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게 뭐냐. 두말 할 것도 없이 체비지 매각의 결정이다. 수천억원을 만져볼 수 있게 하는 정책이기에 이제까지 모든 그룹이 자기 편 조합장을 세우고, 자기 편 인사들로 대의원들을 뽑아 결국 자기 그룹에 유리한 방향으로 밥그릇, 즉 체비지 매각을 추진하려 했던 것이다.
나는 20년 실패의 고리를 끊으려면 조합원들이 각성해 똘똘 뭉쳐 새로운 총회를 열고 조합원들이 그 총회에서 체비지 매각을 공개경쟁입찰로 정정당당하게 결정하기를 강력히 제안한다. 이렇게 항상 뒷전으로 밀리던 조합원들이 주인으로서의 자리를 찾으면 나머지는 다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체비지 매각을 둘러싼 밥그룻 싸움으로 서로 물고 뜯느라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던 용인역삼도시개발 사업은 재개될 수 있다. 조합원들이 그 밥그릇 싸움의 근원을 일거에 제거했으니 용인시민들의 숙원사업이기도 한 용인역삼도시개발 사업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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