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내에서 전기밧데리 공장 등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도내 기계식 주차장이 화재와 중대사고에 취약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철골구조 기계식 주차장의 경우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는 등 법 사각지대에 있어 관련 대책 마련 필요성이 제기된다.
3일 경기도와 TS교통안전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도내 기계식 주차장은 4천146곳이며 주차 면수는 11만1천984대다. 같은 해 도내 건축물 110곳에서 기계식 주차장을 신규 설치해 주차 면수 4천436대가 늘어나는 등 기계식 주차장은 증가세다.
기계식 주차장은 주차장법에 따라 기계식 주차 장치를 설치한 노외주차장 및 부설 주차장을 말한다. 도심의 부족한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주로 설치되고 있다.
문제는 현재 대부분의 철골 구조로 이뤄진 기계식 주차장은 각 층마다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어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소방시설법 시행령에는 건축물 내 설치된 기계식 주차장 면적이 200㎡ 이상인 경우 스프링클러와 같은 물 분무 등의 소화설비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기계식 주차장은 대부분 바닥 면적은 200㎡ 이하인 데다 여러 층으로 이뤄져 있어도 한 층에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돼 있어 화재 발생 시 사고 대처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방당국이 현장에 출동해도 화재 차량에 물을 뿌리기 어렵고, 열폭주를 일으키는 전기차 화재는 더욱 진화가 어렵다.
일반적으로 철골구조 기계식 주차장의 경우 콘크리트 기계식 주차장과 달리 층마다 완전히 막히지 않고 바닥이나 천장이 뚫려 있는 구조기 때문에 관련 규정이 이같이 마련된 것인데, 층별 층고가 동일한 상황에서 스프링클러 1개가 여러 층에 물을 뿌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불을 끄기 어렵다.
이 밖에도 기계식 주차장 내에서 차량 추락 등 중대사고가 우려된다. 특히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무거운 전기차가 늘면서 기계식 주차장 오작동 사고 위험도 높아졌다.
도와 교통안전공단 등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3년간 도내 기계식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2건, 추락사 등 중대 사고는 3건이다.
기계식 주차장 숫자에 비해 화재 등 사고 건수는 적어보이만 안심할 형편이 아니다. 이 수치는 기계식 주차장에서 재산·인명 피해 등이 발생해야 관계당국의 데이터에 집계되기 때문에 단순 사고는 파악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계식 주차장의 잠재적 위험성은 정부 차원에서 이미 인지하고 있지만 사고 예방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잠재 재난위험 분석 보고서를 통해 “국내에서 발생한 기계식주차장 중대 사고는 늘어나는 추세”라며 “전기차 보급이 증가함에 따라 노후화된 기계식 주차시설의 주차장치 피로도 증가”라고 지적했다.
관련 업계에선 대부분 철골구조로 이뤄진 기계식 주차장이 관련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건축 업계 관계자는 “기계식 주차장의 경우 화재나 중대사고 발생 시 대규모 피해가 예상됨에도 관련 규정은 미비한 수준”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사고대비를 위해서라도 철골구조 기계식 주차장과 관련된 법적 기준이 명확하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 제언 “전기차 있으면 더 위험…간이 수조 설치해야”
기계식 주차장이 화재·중대 사고에 취약해도 법 사각지대에 놓인 실정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행 소방시설법 시행령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계식 주차장에만 스프링클러 등의 소화설비를 설치하게 된 법령을 개선해 화재 연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러 층으로 이뤄진 철골 구조의 기계식 주차장에 화재가 발생하면 이를 방지할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는 문제가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바닥 면적 200㎡ 이하 기계식 주차장에 대한 물 분무 등 스프링클러를 한 층에만 설치하도록 된 법령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기계식 주차장도 어느 곳에서 불이 나도 즉시 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 교수는 “차량 화재는 확산속도가 빠른 데다 기계식 주차장에 전기차가 주차돼 있으면 화재 확산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스프링클러 추가 설치를 의무화하거나 화재가 번지지 못하도록 방화벽 등을 만드는 기술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기계식 주차장의 구조 보강, 스프링클러의 성능 강화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강화하는 쪽으로 검토가 가능한지 살펴볼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정부가 전기차도 기계식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원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어느 곳에서 불이 나도 즉시 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기존 중형 기계식 주차장은 전기 승용차의 16.7%만 이용할 수 있는 제원 기준을 97.1%까지 올리려고 검토한 바 있다.
김정현 대구가톨릭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차는 화재 안전성에 있어 취약하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주차장 진입하는 것 자체가 위험성이 높지만, 대비책은 거의 없다”며 “기계식 주차장은 열폭주를 막기 위해 차량에서 배터리를 떼서 수조에 넣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전기차의 실내 주차를 막거나 전기차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에 간이 수조를 설치할 수 있도록 시설을 보강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로컬이슈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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