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 종손 “파주 율곡연수원 폐원 방관은 조상에 죄짓는 것”

image
율곡 이이 선생 15대 종손인 이천용 옹이 40년째 간직해 왔던 ‘덕수이씨 율곡교육연수원’ 일지를 펼쳐 보이고 있다.. 김요섭기자

 

“어떻게 경기도 최고 교육행정기관이 종중과 40년 전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칠 수 있습니까.”

 

율곡 이이 선생 사당이 있는 파주 법원읍 국가사적 자운서원 앞에서 100여m 떨어진 한 단독주택. 이곳에서 만난 율곡 이이 선생의 15대 종손인 이천용 옹(82)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믿음이 굳은 교육기관이 종중의 선한 뜻을 매몰차게 외면했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도교육청이 지난 6월 파주 소재 율곡교육연수원 폐원 후 안양으로 옮기고 해당 부지에 대안학교를 설립하겠다는 행정정차에 돌입(경기일보 2일자 10면)하면서도 사전에 덕수 이씨 종중과 협의도 없이 추진하는데 대해 항변이었다.

 

그는 도교육청의 몰염치한 행정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 종손은 1942년 8월 황해도 벽성군 석담리 율곡 이이 선생 종갓집에서 태어나 6년 뒤 14대 종손인 선친과 함께 월남했다.

 

이 종손은 “이 자료를 보면 40년 전인 1984년 율곡교육연수원 부지를 덕수 이씨 종중 등이 당시 황철수 교육감 요청으로 기부했다는 내용이 나온다”며 공개했다.

 

자료는 40년째 소중히 간직해왔던 ‘덕수 이씨 율곡교육연수원’ 일지로 후손들이 알 수 있도록 수기와 타자기를 이용, A4용지 100쪽에 가까운 빛 바랜 갱지로 보존돼 있다. 재산(토지)사용승락서도 작성돼 사용승락기간, 목적, 조건 등까지 명확하게 기술됐다. 당시 40대 초반의 이 종손은 부친의 뜻에 따라 땅 기증작업에 참여했다.

 

그는 “기부한 땅은 ‘율곡 이이 문성공파’와 선친 개인 소유땅 그리고 당시 종중 구성이 안 된 ‘덕수 이씨 찬성공파’의 긴급 창립총회까지 개최하면서까지 율곡 이이 선생 선양사업에 동참했다”고 술회했다.

 

이 종손은 “토지사용승락서 기간은 율곡교원연수원(후에 율곡교육연수원으로 개칭) 존립시까지였다”면서 “자연경관을 훼손하지 않도록 했고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 사전에 종중과 협의토록 하는 등 양측이 처음부터 일방적이 아닌 함께였다”고 말했다.

 

덕수 이씨 대종회 차원의 대응방침도 천명했다.

 

이 종손은 “율곡교육연수원 폐원을 방관하는 건 조상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며 “법적 대응 및 성명서 발표 등 할 수 있는 일들은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도교육청은 40년 전 덕수 이씨 종중과 약속했던 사항을 인정하라”며 “율곡교육연수원 업그레이드에 더욱 매진하라”고 덧붙였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