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마음의 거울이고 자신을 표현하는 예술입니다.”
양평군 강상면 송학리에서 주민들에게 수묵화를 가르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이상진 화백(78)의 그림 철학이다.
이 화백은 “수묵화는 검은색만 담는 것 같지만 먹 하나로 빛, 깊이 등 내면의 세계를 10가지 색으로 표현한다”며 “강의 그림자처럼 있는 듯 없는 듯한 색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강의 그림자 색은 산하(山河)를 받아들이는 색이며 거짓이 없다”며 “수묵화는 엄마의 눈을 크게 그리는 초등학생의 그림처럼 표현이 순수하다”고 전했다.
이 화백은 ‘북한강 상류’를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꼽았다. ‘북한강 상류’는 물의 어둠과 밝음을 수묵으로 표현했는데 한 손으로만 물의 흐름과 방향을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 나뭇가지를 꺾어 땅에 그림을 그렸고 유명 화가를 따라다니며 미술가의 꿈을 키웠다. 그러다 1993년 47세가 된 그는 양평의 빼어난 자연과 수려하고 아름다운 강물에 매료돼 양평에 정착했다.
그는 생계로 건축업을 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붓을 놓지 않았다. 그런 노력이 쌓이면서 일본과 중국 등 외국을 오가며 전시회를 열었다.
대한민국미술대전과 동아미술제에서 잇달아 수상했고 개인전도 여러 번 열며 화단에 이름을 올렸다.
1983년에는 대한민국문예진흥원을 통해 동남아 세계 각국 대사관 주재원을 대상으로 그림 체험 강습을 했다. 이것이 계기가 돼 1987년 문예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일본 신주쿠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이 화백은 1980년대부터 그림 재능기부를 해오고 있다. 불교의 나라 스리랑카에서는 재능봉사로 현지인들에게 연꽃 그림을 가르쳤다.
지난해 3월부터는 송학리 주민 20여명을 대상으로 그림을 가르치고 있다. 교육생은 은퇴자나 펜션 운영자, 주부, 회사원 등 다양하다.
그는 그림을 배우는 후배들에게 “자신이 그리고 싶은 대로 붓이나 연필로 자유롭게, 본능적으로 그려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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