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냇깔’은 시냇물의 가장자리를 일컫는 토속어다. 시골에선 ‘안골’과 함께 흔한 지명이다. 지금도 두메산골에 가서 어르신에게 여쭈면 종종 튀어나온다.
경기도에도 이런 이름을 갖춘 고을이 지천이다. 광명이 그중 한 곳이다. 북쪽으로는 서울 개봉동, 북동쪽으로 가리봉동과 시흥동, 북서쪽으로는 부천, 남쪽과 서쪽으로는 안양과 접한다. 구체적으로 이 도시의 학온동이 딱 그렇다. 이곳의 토박이들은 지금도 자신들이 사는 동네를 냇깔이라고 부른다.
냇깔의 서축으로 유유히 흐르는 개울이 있다. ‘목감천’이다. 그러나 원래부터 이렇게 불리진 않았는데 특정 시기부터 그랬다. 향토사학계는 그 시점이 1980년 초반이라고 기억한다. 인근 서울 영등포에서 많은 서민들이 속속 옮겨오던 시기였다.
주민들에게 목감천으로 변경된 까닭을 물었다. 그러면 십중팔구는 인근 시흥 목감동에 위치한 630고지에서 발원됐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하지만 인근에는 높이가 630m에 이르는 산은 없다.
이런 가운데 광명시가 목감천의 명칭을 ‘광명천’으로 변경을 추진(경기일보 4일자 11면)한다. 취지는 지역 정체성 확립과 행정 혼선 최소화다. 목감천은 광명은 물론이고 시흥, 서울 구로 등지를 경유해 안양천으로 흐른다. 총연장 12.3㎞인 국가하천이다.
문제는 이 명칭으로 인한 행정 혼선이다. 각종 문헌이나 인터넷, 각종 보고서 등에도 관례적으로 차용돼서다. 특히 도로명 주소의 경우 광명 광명동 일원은 목감로, 시흥 목감동은 목감중앙로, 목감우회로, 목감둘레로 등으로 혼용되고 있다. 홍수 및 화재 등 발생 시 신속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까닭이다. 광명·시흥 신도시가 조성되면 피해는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꿔야 할 명분은 명쾌하다.
광명시는 주민들의 의견을 분석해 정부에 변경을 요구할 예정이다. 광명시의 소통 행정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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