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가 탄성포장재를 활용해 놀이터 바닥을 조성한 도내 초등학교와 유치원 여덟 곳의 놀이터 바닥재 유해성 검사를 실시한 결과, 여덟 곳의 하층부 모두 기준치 이상의 발암물질이 검출돼 놀이터 바닥재의 위험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탄성포장재의 안전성 인증을 담당하는 한국체육시설공업협회에서 그간 진행해 온 일부 유해 물질에 대한 검사마저 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아이들의 안전한 삶을 위해 최일선에서 노력하고 있는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박수미 사무국장은 보다 강력한 규제 수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인터뷰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박수미 사무국장
Q. 도내 초등학교와 유치원 탄성포장재 놀이터 바닥재에서 다량의 발암물질이 검출됐는데.
A. 충격적이다. 그동안 우리 단체는 교실 내 유해 물질에 대한 조사와 이를 개선할 방안 등을 연구해 왔었는데, 교실 밖 초등학교와 유치원 놀이터에도 많은 유해 물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됐다.
지난 2016년과 2018년 육상트랙, 인조 잔디 운동장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이 검출되는 일명 ‘우레탄 논란’이 있었는데, 당시 정부는 탄성포장재 자체에 대해 PAHs를 비롯해 납·카드뮴·프탈레이트 등에 대한 안전 기준, 한국 공업 규격을 마련했다.
그러나 학교나 유치원의 경우 환경보건법이 적용되면서 PAHs에 관한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법이 강화되고 정기 점검을 진행하면서 조금은 보완되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이렇게 많은 부분이 미비했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게 됐다.
Q. 업계에서는 하층부에 적용하던 검사마저 “아이들이 피부로 접촉할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로 없애려고 하는데.
A. 학교, 유치원 놀이터는 많은 아이들이 수시로 드나들기 때문에 육상트랙, 인조 잔디 운동장보다 더 많은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많은 아이들이 오가다 보면 상층부가 훼손되면서 하층부가 드러나는 경우도 매우 많다. 실제로 주변 놀이터만 살펴보더라도 바닥이 패어있는 등 손상이 많은 걸 볼 수 있다.
그러나 국가가 정한 유해성 기준은 육상트랙과 인조 잔디 운동장에만 적용되고 있다. 국가의 기준이 있음에도 왜 어린이 놀이터에만 다른 기준이 적용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탄성포장재 바닥재의 상층부와 하층부의 기준을 별도로 한다는 것이 아이들에게 있어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오히려 어린이들이 활동하는 구역이기 때문에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됐어야 하는데, 오히려 일반 체육시설에 사용되는 기준보다도 더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Q.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A.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장소나 그 장소를 사용하는 대상을 떠나서 동일한 탄성포장재 자체에 동일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와 유치원 놀이터에 적용되는 환경보건법이 현실적으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
학교보건법 4조를 보면 학교시설에서의 유해 물질 예방 및 관리 조항이 있다. 그러나 시행령에선 몇 년 전 논란이 된 인조잔디 운동장 및 탄성포장재,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 적용 대상에 대해서만 관리하게 끔 짜여 있다.
이런 상황으로서는 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의 안전이 확보될 수 없기 때문에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직접 학교 관리에 나서야 한다. 학교에서 관리돼야 할 유해 물질에 대한 목록과 기준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꼼꼼한 점검과 개선 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학교 구성원, 학부모나 학교 관리자의 유해 물질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교육도 정기적으로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으며, 시설에 사용될 제품을 구매할 때 학부모와 소통하는 절차가 마련되는 것도 유해 물질이 학교로 들어오는 것을 조금이라도 방지할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은 지난 2011년 설립된 시민단체로, 유해물질과 플라스틱으로부터 ‘건강한 학교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페인트 속 어린이 지능 발달에 유해한 납 사용 금지, 어린이 생활 환경에 사용되는 제품과 시설에 대한 유해 물질 점검과 안전 기준 마련 등 생활 속 유해화학물질을 찾아내고 감시해 유해 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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