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반환점을 돌았다. 준비 없이 이어진 길이다. 보잘것없어도 새 희망을 찾았으면 한다. 화려한 역전 로데오 거리 뒤편에서 느린 풍경과 마주했다. 척박한 나의 소시민적 삶에 자애로운 쉼표 같다. 철저히 자신을 가리고 사는 최승자 시인의 여운 깊은 시처럼.
해마다 유월이면 당신 그늘 아래/잠시 쉬었다 가겠습니다.
내일 열겠다고, 내일 열릴 것이라고 하면서
닫고, 또 닫고 또 닫으면서 뒷걸음질 치는
이 진행성 퇴화의 삶,
그 짬과 짬 사이에/해마다 유월에는 당신 그늘 아래/한번 푸근히 누웠다 가고 싶습니다.
언제나 리허설 없는 개막이었던/당신의 삶은 눈치 챘었겠지요?
내 삶이 관객을 필요로 하지 않는/오만과 교만의 리허설 뿐이라는 것을.
-최승자 ‘해마다 유월이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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