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사교육 뺑뺑이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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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섭 논설위원

한국의 저출생 이유 중 하나로 사교육비를 지목한다. 지난해 초중고 학생이 지출한 사교육비 총액이 27조1천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 3월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전년 대비 1조2천억원(4.5%) 증가했다. 학생 수가 전년 대비 1.3% 감소했음에도 사교육비 총액은 첫 조사를 진행한 2007년 이후 가장 높았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사교육 참여 학생 기준, 1인당 월평균 55만3천원을 지출했다. 2022년(52만4천원)보다 5.5% 올랐다. 교육부가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하지만 전혀 효과가 없다.

 

보건복지부도 며칠 전 ‘2023년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에 18세 미만을 양육하는 아동 가구 5천753가구(빈곤 가구 1천가구 포함)를 직접 방문해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6~17세의 월평균 사교육 비용은 43만5천500원으로 5년 전인 2018년(31만6천600원)보다 11만8천900원 증가했다. 9~17세 아동의 70%가량은 영어·수학 사교육을 받았다. ‘방과후 친구들과 놀고 싶다’는 응답(42.9%)은 절반에 가까웠지만 그런 현실을 누리는 아이(18.6%)는 매우 적었다.

 

‘사교육 뺑뺑이’를 돌고 있는 10명 중 7명의 아이들은 신체활동이 줄어든 만큼 비만율이 높아졌다. 비만율은 2018년 3.4%에서 지난해 14.3%로 급증했다. 우울감을 경험했거나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다는 정신건강 고위험군도 늘었다.

 

한국의 미래세대가 병들고 있다. 몸과 마음에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어 걱정이다. 활동을 왕성하게 해야 할 아이들을 종일 책상에 붙들어 놓는 건 정상이 아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미래 사회가 밝다. 저출생에 아이들이 자꾸 줄어드는데, 그 아이들을 더 이상 불행하게 만들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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