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의 집 같아요!”… 흉물된 수원 영동시장 특화 전시관

2014년 문화관광형시장 선정 이후 14억 투입
전통혼례청 등 운영하다 코로나로 사업 중단
찢기고 깨진 상태로 방치… 후속 관리 ‘허술’
상인회 “수요 있다면 대관… 활용 방안 모색”

영동시장 3층 전통문화체험관. 문이 잠겨있지만, 별다른 안내문이 없어 내부를 들여다봐야만 구경이 가능하다. 김시범기자
영동시장 3층 전통문화체험관. 문이 잠겨있지만, 별다른 안내문이 없어 내부를 들여다봐야만 구경이 가능하다. 김시범기자

 

“이름은 청년몰인데 내부는 귀신의 집 같아요.”

 

4일 오후 수원 영동시장 28청춘몰. 입구에 들어서자 ‘영동시장 특화 전시관’이 건물 3층에 있음을 알리는 계단 광고가 보였다. 하지만 표지를 따라 도착한 3층 특화전시관은 이용 시간이 한창임에도 불이 꺼진 채 굳게 잠긴 모습이었다. 어두운 내부로 보이는 깨진 천장과 찢어진 한지는 오랜시간 사람의 발길이 끊긴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영동시장 전통문화체험관 내부에 들어서면 보이는 천장 파편과 고장난 촬영 기계. 금유진기자
영동시장 전통문화체험관 내부에 들어서면 보이는 천장 파편과 고장난 촬영 기계. 금유진기자

 

영동시장 1층 상가에서 근무하는 A씨(35)는 “한 달 전 첫 출근날 체험관이 있다는 안내를 보고 3층에 올랐다가 음산한 분위기에 바로 뒤돌아섰다”며 체험관을 ‘무섭고 발을 내딛기 주저되는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매일 영동시장에 장을 보러 들른다는 주부 이명희씨(63)도 “다리가 아플 때마다 청년몰 2층 공용공간을 이용하지만 3층으로 오르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문화관광형시장에 선정,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는 출사표를 내던진 수원 영동시장이 사업 종료 이후 3년째 ‘영동시장 특화 전시관’을 방치하고 있다.

 

‘영동시장 특화 전시관’은 지난 2014년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이 지원한 ‘2014 문화관광형시장’ 사업에 선정돼 조성됐다. 2016년까지 3년 동안 국비와 시비 등 총 14억이 투입, ▲ICT 기반 마케팅 시스템 구축 ▲한복 테마 체험행사 ▲먹을거리 PB상품 개발 ▲‘아트포라’ 활성화 ▲상인예술단 운영 등의 사업이 추진됐다.

 

지난 2018년 KBS ‘6시 내고향’에서는 “데이트 코스로 딱 좋은 시장”이라며 전통혼례청을 소개하기도 했다. 수원 영동시장상인회 제공
지난 2018년 KBS ‘6시 내고향’에서는 “데이트 코스로 딱 좋은 시장”이라며 전통혼례청을 소개하기도 했다. 수원 영동시장상인회 제공

 

특히 전시관 내 ‘전통혼례청’을 운영, 다문화 가정 등 개인적인 사정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부부가 전통혼례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했다. 이는 영동시장이 수원 최대 규모의 한복 특화시장이라는 특징을 살린 기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하락을 이유로 2021년 이후 운영을 중단했고, 현재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수원 영동시장상인회 관계자는 “사업 추진기간이 끝나 관리자가 없고 인건비가 부족한 문제가 있지만, 수요가 있으면 대관은 가능하다”며 “빠른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시작한 사업이 등한시된 지금의 상황은 ‘후속 관리가 허술한 공모 사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보여준다”며 “시장은 비효율적인 예산 낭비가 반복되지 않도록 진정한 의미의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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