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원화성’ 훼손은 역사 훼손, 예산 타령만 해선 안 된다

수원은 한국의 대표적인 인기 관광지다. 최근 몇년 사이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젊은이들의 데이트 명소로 주말과 휴일이면 인파가 넘쳐난다. 외국인 관광객도 상당히 많다. 이들이 빼놓지 않고 찾는 곳은 수원화성과 화성행궁, 행리단길 등이다.

 

수원을 찾는 관광객 대다수가 수원화성을 걷는다. 약 5.5㎞의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팔달문·화서문·장안문·화홍문·창룡문과 방화수류정, 서북공심돈, 동북공심돈, 봉수대, 연무대, 화성장대 등 빼어난 건축물들을 만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수원화성만큼 아름다운 성곽이 또 있을까 싶다.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멋진 성곽이다.

 

그런데 수원화성의 곳곳이 깨지고 부서져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수원시민과 관광객들은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이렇게 방치해도 되는 것이냐’며 황당해한다. 수원시에서 관리를 하고 있는 건지 의심스러워 한다.

 

경기일보 기자가 지난 28일 수원화성의 훼손 실태를 점검했다. 동암문에서 연무대를 지나 창룡문까지 걷는 곳곳에 성곽 전돌이 깨져 나간 곳이 수두룩했다. 성곽의 여장, 옥개석이 여기저기 떨어져 나가 부서진 돌 조각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깨지고 부서진 돌 조각은 방문객들의 발에 차일 정도였다.

 

북동적대를 따라 장안문, 화서문까지 이어지는 성벽도 훼손이 심각했다. 장안문까지 연결된 성곽에선 온전한 형태의 돌담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곳 역시 떨어진 돌 조각들이 오가는 행인들의 발에 밟혔다. 성곽 위 옥개석이 떨어져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취재 도중 만난 외국인 관광객은 “수원화성이 세계유산인데 여기저기 훼손돼 실망스럽다”고 했다.

 

수원의 자랑이고, 대한민국의 자랑인 수원화성을 이렇게 방치해선 안 된다. 성곽 여기저기에서 돌이 떨어져 나가 나뒹굴고, 사고 위험도 있는데 관리가 허술하다.

 

수원시는 매년 예산을 투입해 유지·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도 28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했단다. 그러나 현장에선 관리를 전혀 안하는 것처럼 보였다. 시는 “보수할 곳은 많고 예산은 한정적이라 시급한 곳부터 우선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수원시는 예산 타령만 해선 안 된다. 지역에 국회의원이 5명이나 된다. 예산이 계속 줄고 있다면, 의원들과 공조해 국비 증액에 나서야 한다. ‘문화유산 지킴이’ 활동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모니터링과 관리에 나설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땜질식 보수로는 누더기가 될 수 있다. 문화유산 훼손은 우리 역사의 훼손이나 다름없기에 수원화성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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