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 경기도학교발명교육연구회장, 수원효동초 교장
발명은 사랑이다. 뚱딴지 같은 소리처럼 들리지만 대부분 발명은 사랑에서 출발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우리 조상들의 발명품인 훈민정음과 거북선, 측우기가 그렇다. 우리 글이 없어 불편해하는 백성들을 위해 창제한 훈민정음과 외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만든 거북선도 세종대왕과 충무공 이순신의 국가와 민족에 대한 사랑으로 발명됐다. 문종 이향(李珦)이 세자 시절, 강수량 측정에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의 아픔을 알고 측우기를 발명한 내용은 ‘세종실록’에 기록돼 있다.
일회용 반창고는 극진한 아내 사랑 덕분에 발명된 대표적인 사랑의 발명품이다. 얼 딕슨은 발명가나 과학자가 아닌 ‘존슨앤드존슨’에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딕슨은 항상 덜렁거리는 아내가 날카로운 것에 베일 때마다 일일이 거즈와 테이프로 치료를 했다. 그가 직장에 가고 없을 때 아내가 다칠 경우를 대비해 발명한 것이 바로 일회용 반창고다. 마침 그가 다니던 회사의 제임스 존슨 회장이 이를 ‘밴드에이드’라는 이름으로 브랜드화해 세계적으로 히트를 쳤고 기업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후에 딕슨은 부사장까지 승진했고 ‘나는 성공하기 위해 발명하지 않았다. 단지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을 뿐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매년 대한민국 학생 발명전시회와 전국 학생 과학발명품경진대회의 입상작을 보면 노약자나 어려운 이웃과 가족을 위한 배려와 사랑에서 나온 것들이 많다. 이렇게 발명은 나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과 이웃, 국가와 민족을 아끼고 존중해서 태어난 것이 대부분이다.
흔히 지적재산권, 지적소유권 등으로 혼용되는 지식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은 산업재산권, 저작권, 신지식재산권으로 나뉜다. 산업재산권은 다시 특허, 실용신안, 상표, 디자인으로 분류한다. 또 저작권은 문화예술 분야의 모든 창작물에 적용되며 새로운 흐름에 맞춰 신지식재산권으로 따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에 따른 모든 창조 활동을 우리는 흔히 ‘발명’이라고 부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음악·영상을 포함한 문화예술저작권 무역수지는 역대 가장 많은 2조9천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발표하는 저작권대상 시상식의 수상자들은 매월 수억원에서 수천만원의 지식재산권 수익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명이 지식재산(IP)으로 이어지면 개인은 물론 기업과 국가의 풍요를 보장한다. 필자가 교직 평생을 발명과 지식재산 교육에 헌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5월19일은 제59회 발명의 날이다. 발명의 날은 서양보다 200년 앞선 1441년(세종 23년) 5월19일(음력 4월29일), 세계 최초로 측우기가 태어난 날에서 유래했다. 아쉽게도 발명의 날은 정부 주관 기념일이 아니다. 개별 법률(발명진흥법)에 따른 기념일이라 인터넷 포털 첫 화면에도 잘 등장하지 않는다. 지식재산의 날인 9월4일도 마찬가지다. 아직 대한민국 사회는 발명과 지식재산을 심각하게 사랑하지 않는가 보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7년 제정된 발명교육법에 따른 ‘발명교육의 날’을 만들자고 하면 쓸데없는 공염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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