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상처만이 상처에 스밀 수 있다”…‘아일랜드 쌍둥이’ [신간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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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쌍둥이’ (클레이하우스 刊)

 

“형이 죽은 뒤, 나는 그의 인생을 대신 살기로 했다”. (‘아일랜드 쌍둥이’ 中)

 

미국 남부의 한 도시, 한국계 미국인 형제 ‘재이’와 ‘존’은 같은 해 다른 날 태어난 아일랜드 쌍둥이로 우애가 깊다. 하지만 형 재이가 병을 앓고 가족들의 관심은 오롯이 형을 향한다. 끝내 형은 죽고, 재이의 죽음 후 동생 존은 형을 좋아하던 여성과 교제하거나 군인의 길을 택하는 등 마치 형을 대신하는 삶을 살아간다.

 

미군으로 일본에 파견돼 작정을 수행하던 존은 방사능에 피폭 되는 사고를 겪는다. 장애가 언제 겉으로 드러날지 모른다는 불안 속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던 존 앞에 어느 날 한국 여성 ‘수희’가 나타나고, 존은 묘하게 그녀에게 이끌린다. 한국 군인이었던 동생을 잃고 미국으로 도망치듯 떠나 미술 치료를 공부하던 수희는 존을 미술치료 워크숍에 초대하고, 그렇게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각자의 아픔을 끌어안고 있는 청년들은 한 공간에 모이게 된다.

 

지난달 23일 출간된 홍숙영 작가의 장편소설 ‘아일랜드 쌍둥이’(클레이하우스 刊)는 한국과 미국, 국적과 인종을 뛰어넘어 아픔을 지닌 청년들이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는 지금 시대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오직 상처만이 상처에 스밀 수 있다고 말하는 홍 작가의 ‘아일랜드 쌍둥이’는 피 대신 영혼을 나눈 쌍둥이들의 연대를 다룬다.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을 받고 기자, PD, 시인이자 소설가로 활동한 작가는 자신이 보고 듣고 겪은 다양한 삶을 작품에 녹였다.

 

‘아일랜드 쌍둥이’는 2017년 여름, 개인적인 상처를 안고 미국의 한 대학에 초빙교수로 가게 된 작가가 그곳에서 때때로 우울한 표정의 대학생들을 마주하면서 집필하게 됐다.

 

작가는 “한국의 청년들이 천안함 피격 사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겪은 것처럼 미국의 젊은 세대에게는 끊이지 않는 교내 총기 난사 사건 등에 대한 불안함과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며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청년들이 서로 의지하며 힘을 얻는 이야기를 써보겠다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이어 “누구라도 공감하고,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었다”며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안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야 한다. 지금 우리 시대 청년들에게 책을 통해 용기를 내고, 일단 살아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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