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푸드트럭’은 청년 기망이었나

폐업한 푸드트럭이 중고차 매장에 쌓여간다. 새로운 임자가 나타나지도 않는다. 유망한 청년 미래 산업이라고 떠들던 정부·지자체는 어디 갔는가. 경기일보 일러스트
폐업한 푸드트럭이 중고차 매장에 쌓여간다. 새로운 임자가 나타나지도 않는다. 유망한 청년 미래 산업이라고 떠들던 정부·지자체는 어디 갔는가. 경기일보DB

 

경기일보 취재진이 푸드트럭 한 대의 역사를 풀었다. 화성시 한 중고차 매장에 먼지 쌓인 트럭이다. ‘8호 트럭’이라 불리는 이 트럭의 시작은 10년 전이다. 30세 청년이 2천만원을 들여 만들었다. ‘김씨네 닭꼬치’로 시작했지만 곧 코로나19가 터졌다. 결국 문을 닫고 2020년 12월 이곳에 매물로 내놨다. 이후 29세 청년이 800만원에 구입했다. ‘츄츄커피’를 시작했지만 역시 간판을 내려야 했다. 다시 중고 매장에 나왔고 지금은 찾는 사람도 없다.

 

코로나19 영향이 컸다. 푸드트럭은 기본적으로 길거리 장사다. 오가는 유동인구가 절대 조건이다. 그 중에도 축제·행사는 더없는 요건이다. 그 조건이 팬데믹으로 다 사라졌다. ‘김씨네 닭꼬치’는 그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츄츄커피’는 사정이 다르다. 유동인구 규제, 축제 규제가 다 풀렸다. 코로나19 위축에 대한 기저 효과까지 있다. 일부 상권은 팬데믹 불황 대비 반등 폭이 더 커졌다. 그런데 ‘8호 트럭’은 살아 남지 못했다. 달리 보인다.

 

푸드트럭의 생존 조건이 무너진 것이다. 제일 중요한 영업 장소가 사라졌다. 경기도에 한때 79곳의 허가 구역이 있었다. 지금 운영 가능한 곳은 27곳에 불과하다. 65%가 최근 2~3년 새 사라졌다. 경기도에 운영 중인 푸드트럭이 800여대다. 800대가 27곳에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행사·축제장 입점 비용도 부담이다. 회당 100만원을 내야 하는 곳이 많다. 장소든 비용이든 결국은 기존 상권과의 충돌이 본질이다. 예상 가능했던 문제다.

 

이렇게 충돌이 뻔한 사업이었다. 이런 구렁텅이에 청년들을 밀어넣었다. 2014년 3월, 정부가 기업 현장 애로 및 유망 서비스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그 중심에 푸드트럭이 있었다. ‘6천명 이상의 일자리 창출과 400억원 이상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있다’는 정부 의 청사진도 뿌려댔다. 이걸 지자체가 그대로 받았다. 여기저기 푸드트럭 영업을 허가했다. 그걸 믿고 전국 6개였던 푸드트럭은 2018년 1천개까지 늘었다. 그게 지금 망해가고 있다.

 

중고차 단지에 켜켜이 쌓여 간다. 임자가 없으니 가격은 갈수록 떨어진다. 3천만원에서 1천만원, 이제 몇백만원이다. 이 가격 저하의 폭이 곧 어느 청년의 고혈이다. 정부·지자체 믿고 쏟아부은 어느 청년의 빚이다. 2015년 이후 창업한 푸드트럭의 40%가 폐업했다. 어떻게 이런 정책이 있을 수 있을까. 그때 그 장관, 그때 그 시장들은 뭐라고 변명할까. 혹시 여전히 괜찮은 미래 산업이라고 우기고 싶을까. 그러기엔 절망적 지표가 이렇게 많은데.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일부 ‘먹방 예능’이 저지른 푸드트럭 기망극이다. 이제 그 참상을 들여다봐야 할 시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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