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패륜자녀 상속 배제”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기자페이지
이연섭 논설위원

재산 상속을 둘러싼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재산이 많건 적건 간에, 돈 앞에선 대부분 한 푼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다툼을 벌인다. 상속을 둘러싼 소송이 줄을 잇고, 심지어 살인까지 벌어진다. 가족 간 인연을 끊고 사는 이들도 많다.

 

현행 민법은 자녀, 배우자, 부모, 형제자매가 상속받을 수 있는 지분을 규정하고 있다. 피상속인이 사망할 때 유언을 남기지 않으면 규정에 따라 배분된다. 유언이 있다 해도 자녀, 배우자는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을,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보장받는다. 이를 ‘유류분(遺留分)’이라 한다.

 

유류분은 특정 상속인이 유산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고, 남은 유족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1977년 도입됐다. 피상속인은 유언 또는 증여로 재산을 맘대로 처분할 수 있지만 상속권을 가진 가족들을 위해 일정액을 남겨둬야 하는 제도다. “장남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유언을 남겼어도 배우자와 다른 자녀도 유류분 내에서 비율대로 자기 몫의 유산을 받을 수 있다. 생전에 고인을 유기하거나 학대한 자녀나 부모도 ‘가족’이란 이름 아래 유산을 받을 수 있다.

유류분 소송이 지난해에만 2천건을 넘었다. 1천억원 넘는 재벌가의 소송도 있지만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가 ‘내 몫을 달라’며 법정 다툼을 벌이는 일도 부지기수다. 갈등 완화를 위해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불효자 양성법’이라는 오명을 썼던 유류분이 도입 47년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5일 유류분에 관한 민법 규정 일부를 위헌 및 헌법불합치로 결정했다. 가족으로서 도리는 외면한 채 고인의 유산에만 집착하는 그릇된 세태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현재는 학대 유기 등 ‘패륜 가족’에 대한 유류분 배제와 간병·부양·경제적 기여 등의 인정도 주문했다.

 

유류분 제도의 틀은 유지하되 사회적 변화나 상식에 맞지 않은 불합리한 규정을 고치도록 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다. 내년 말까지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제 국회가 신속히 보완 입법과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