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 되면 고사리 산나물 뜯어 가마솥에 삶아 널었다. 구수한 참나물 냄새가 마당 가득 번졌고, 쑥 보숭이와 돌나물 물김치도 입맛을 돋웠다. 수필 한 땀 같은 고향의 봄을 그리며 개심사 갈 때마다 들렀던 풍전뚝집으로 향한다. 파릇한 풀 돋은 논두렁길이 싱그럽다. 그새 깨끗하고 넓은 공간으로 변했다. 추어튀김에 곡차 한잔 축이고 어죽으로 얼큰하게 몸을 달군다.
파김치와 열무김치도 이 집의 별미다. 바닥을 드러낸 죽 대접을 뒤로하고 숨겨 놓은 애인처럼 봄 되면 보고픈 개심사로 간다. 14개의 보물과 청벚꽃, 겹벚꽃, 왕벚꽃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그저 봄볕처럼, 어머니의 옥양목 치마처럼, 개심사의 소박한 향수 때문이다. 개울물 소리와 산자락 소나무길 따라 걷는 느낌이 좋다. 비탈길 접어 올라 하늘 담긴 경지(鏡池)에 찌든 마음을 반추해 본다. 안양루로 조성된 넓은 계단은 어색하고 낯설고 아쉽지만 일제강점기 서화가 해강 김규진의 글씨라는 상왕산 개심사 현판은 장중한 운필의 멋이 깃들어 다시 보게 된다.
올해도 도달할 수 없는 연정의 춘몽처럼, 심검당 옆 뜰 안에 홍도화가 도도히 피었다. 춘삼월 하늘에 팔을 뻗고, 사랑을 태우는 봄 처녀 같기도 하다. 텃밭엔 수선화가 병아리 떼처럼 노랗게 피었다. 마음을 연다는 개심사의 의미같이 심호흡으로 가슴을 펴본다. 만개한 내 안의 화단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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