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섭 논설위원
4·16, 아픈 날이다.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잊지 않고 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로 가던 배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안산 단원고 학생 250명 등 304명이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3년이 지나 세월호는 겨우 뭍으로 건져 올렸지만, 유가족의 삶은 배와 함께 침몰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10년 전에 정지된 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늘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주기 되는 날이다. 세월호 이후 재난시스템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고 계속 강조해왔다. 그래야 희생된 이들의 죽음이 조금이라도 덜 억울할 테니까.
그동안 법과 제도가 수차례 바뀌었다. 재난대응체계를 정비하는 법안 발의가 크게 늘었다. 세월호 참사 직후 발의된 법안 29건을 종합해 2014년 12월 통과된 재난안전법 개정안은 국가 재난시스템을 전면 재설계한 내용이다.
재난안전 컨트롤타워 체계와 구조기관 사이의 소통 시스템도 마련했다.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했던 박근혜 정부는 재난안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국민안전처를 신설했다. 국민안전처는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가 재난 컨트롤타워임을 천명했고, 그 역할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와 행정안전부로 넘기고 2017년 사라졌다. 경찰·소방·해경의 신속한 소통을 위한 재난안전통신망도 구축했다.
그러나 2022년 10월29일 서울 이태원에서 159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또 발생했다. 변화된 체계와 제도는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았다. 제도는 바뀌었지만 실제 행동하고 책임져야 할 재난대응 기관과 책임자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도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반복된 참사의 풍경은 닮았다. 세월호 교훈을 단순히 제도나 체계 등 형식적인 개선 정도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월호를 잊지않고 함께 기억하는 것은, 똑같은 참사가 일어나면 안 된다는 경고다. 생명 존중과 안전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간절한 기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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