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업인 생애주기와 ‘농지은행’의 역할

김종성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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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다섯 번째 절기인 청명(淸明)이 지났다. 이제 ‘봄비가 백곡의 잠을 깨운다’는 곡우(穀雨)를 앞에 두니 농촌에서는 볍씨를 틔워 모판을 준비하고 못자리 작업이 한창이다.

 

모내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망종(芒種)이 다가오면 농업기술센터 등 지자체에서는 농민들에게 ‘적기 모내기’를 당부한다. 벼 품종과 재배 지역에 따라 적정한 모내기 시기가 다르다. 모내기가 이르면 고온에 벼가 익어 쌀의 질이 떨어지고 너무 늦으면 벼가 충분히 성장하지 못해 수확량이 줄어들기에 지역별, 품종별 적합한 시기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과 품종에 따라 모내기 시기가 달라지는 것처럼 농업인은 생애주기에 따라 필요로 하는 자원을 달리한다. 농사를 처음 시작하는 새내기 농업인, 농사에 재미를 붙여 영농규모를 확대하려는 농업인, 고령 및 질병으로 은퇴를 앞둔 농업인 등 각각의 상황과 수요에 따른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고령 농업인에게는 모든 직장인이 그렇듯 넉넉한 노후 대비를 하는 것이 주요 관심사다. 일생을 농지로 출퇴근한 농업인에게는 퇴직금이 없다. 따라서 농사일이라는 평생직장을 그만둔 후의 생활이 염려돼 쉽사리 은퇴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이 시기에 당면한 농업인을 위해 한국농어촌공사에서는 올해부터 ‘농지이양은퇴직불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지이양은퇴직불사업은 매도 또는 매도조건부임대의 방식으로 농지를 처분하고 은퇴하는 65세 이상 79세 이하 농업인에게 최대 10년간 매월 최대 50만원의 직불금을 지원한다. 농지매도 금액에 더해 직불금이라는 보너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매도 이양’ 유형을 선택하면 농지를 즉시 매도하고 직불금을 받을 수 있고 ‘매도조건부 임대’를 선택하면 소유 농지를 담보로 매월 연금을 지급하는 농지 연금에 가입하고 청년농에 농지를 임대한 후 매도해 연금, 임대료, 직불금까지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

 

농업에 갓 뛰어든 청년들이 채워야 할 첫 단추는 가능성을 펼칠 농지를 확보하는 일이다. 경영 규모 확대를 희망하는 중견 농업인도 마찬가지다. 선배 농업인들이 평생 피땀 흘려 일궈온 농지는 공사에서 추진하는 농지은행 사업을 통해 성장을 꿈꾸는 농업인에게 돌아간다. 농지이양은퇴직불사업으로 이양된 농지를 임대하는 ‘맞춤형농지지원사업’은 시세에 비해 저렴하게 우량농지를 제공해 성장하는 미래 세대에게 든든한 발판이 된다. 또 스마트팜 시설이 설치된 농지를 장기간 임대하는 ‘비축농지 임대형 스마트팜’ 사업도 시설에 큰 비용을 투자하기 어려운 농업인에게 알맞은 지원이 될 것이다.

 

‘곡우에 비가 오면 풍년 든다’는 말이 있다. 건조한 날이 많은 봄철에 내리는 비가 귀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의적절하게 봄을 적시는 단비처럼 농지은행이 전 세대를 아울러 농업인에게 힘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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