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이재명은 오로지 분노 대상일 뿐인가

과거에 익숙하던 선거 사진이 있다. 집권당의 경우 대통령과의 사진을 자랑한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이 특히 그랬다. 각 선거 캠프 외벽까지 대통령 사진으로 덮었다. 야당의 경우도 당 대표와의 사진은 주요 소재였다. 집권당의 대통령보다는 덜했지만 공보물 곳곳에 야당 대표를 등장시켰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을 사용한 여당 후보가 많지 않다. 이재명 대표 사진도 야당 후보 공보물에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경기일보가 도내 60명 후보의 공보물을 살펴봤다. 국민의힘 후보 가운데 42명이 윤 대통령 사진을 사용하지 않았다. 주로 본인의 사진과 공약 관련 자료 등을 게재했다. 김동연 도지사,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의 사진이 등장하지만 윤 대통령 모습은 없다. 민주당도 이 대표 사진을 사용하지 않은 후보가 30명이다. 대표적인 친이계로 분류되는 후보들도 공보물에 이 대표 사진을 쓰지 않았다. 역시 자신의 공약과 관련된 사진, 그래픽 등으로 채웠다.

 

그렇다고 중앙 정치권 인사를 모두 배척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국민의힘 후보 공보물에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많이 등장한다. 민주당 후보 중에는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사진을 게재한 후보가 꽤 된다. 친노 또는 친문 성향의 의원들이 만든 추억 살리기다. 민주당 후보 가운데는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여사 사진을 사용한 경우도 있다. 김 여사에 대한 거부감으로 표심을 자극하겠다는 의도다. 그 공보물에서도 이 대표 사진은 안 보인다.

 

대통령 사진의 호불호는 선거에 따라 갈린다. 대체로 정권 초기에는 환영을 받는다. 정권 중·후반부터는 그 선호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그와는 반대로 야당 대표는 정권 중·후반부터 인기를 끈다. 여당 대통령 사진과 야당 대표 사진의 엇갈린 운명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특이하다. 대통령 사진이 여당 후보에게 홀대받고, 야당 대표 사진이 야당 후보에게 외면받는다. 전문가는 ‘당 인기보다는 본인의 인물론으로 승부하려는 자구책’이라고 해석했다.

 

총선 공보물에 공약 비중이 높은 것은 바람직하다. 지역구 현안을 알리고 약속하기에도 부족한 지면이다. 그래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면 백 번 권장할 일이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으니 씁쓸하다. 지금도 총선판은 ‘윤석열 심판’, ‘이재명·조국 심판’ 물결이다. 양쪽 모두 극도의 거부감을 키우고 있다. 이러다 보니 중도층에 호소할 공보물에 어느 한쪽도 자신을 못하는 것이다. 윤석열 감표, 이재명 감표만 걱정하게 되는 것이다. 혐오 선거의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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