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하듯 복지를 약속하는 정치권이다. 그 한복판에 노인 복지도 있음은 물론이다. 바로 그 선거 사전 투표 날에 참변이 발생했다. 치매 노모를 모시던 두 딸이 극단 선택을 했다. 6일 서울 한 아파트 화단에서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다.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60대 자매다. 90대 어머니는 집에서 역시 숨진 채 발견됐다. 자매의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가 발견됐다. “돌아가셨으니 잘 부탁드린다”. 또 보게 된 치매 간병 가족의 극단 선택이다.
관할 구청이 대략의 내용을 전했다. 복지 대상자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생계에 특별한 어려움이 있었다는 증언도 없다고 했다. 구청에서 운영하는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된 환자도 아니라고 했다. 평범한 가정으로 보인다. 1월17일에는 치매 아버지와 아들이 극단 선택을 했다. 숨진 아들이 15년간이나 치매 아버지를 간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지극히 평범한 이웃이었다. 치매 간병의 고통이 그만큼 크다. 경제력과 아무 상관없다.
정상 가정의 치매에도 복지는 있다. 그중 치매가족휴무제를 본보가 살폈다. 말 그대로 간병 가족을 쉬게 해주는 제도다. 2014년 시행됐으니 벌써 10년이나 됐다. 1년 동안 단기 보호는 10일, 종일 방문 요양(12시간 이상 24시간 미만)은 20회 이용이 가능하다. 치매 간병은 쉼이 없다. 한시도 곁을 떠날 수 없다. 간병하는 가족의 생활도 감옥과 같다. 여기에 치매 특성상 대개 수년씩의 간병을 요한다. 이들에게 휴가를 주자는 좋은 제도다.
그런데 그림의 떡이다. 경기일보가 소개한 실망스러운 사례를 보자. 치매 남편을 돌보는 62세 부인이 있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붙들려 있다. 2019년부터 이런 삶을 살고 있다. 치매가족휴무제를 활용해 보려고 알아봤다. 안 됐다. 24시간 간병할 요양보호사가 없었다.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55세 여성의 사정도 비슷했다. 10년째 병수발을 들지만 하루도 쉬지 못하고 있다. 역시 24시간 요양보호사는 없었다. ‘몇 시간 휴가’로 끝났다.
이러니 누가 이용하겠나. 경기도내 치매가족휴가제 이용률을 봤다. 낮아도 너무 낮다. 2018년 0.13%, 2019년 0.18%, 2020년 0.18%, 2021년 0.15%, 2022년 0.18%다. 시늉만 내는 복지제도의 허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요양보호사를 늘리고, 24시간 근무 여건을 맞춰주는 등 조치가 계속 보완됐어야 했다. 이런 조치들이 10년째 따라주지 않았다. 0.1%대 낮은 이용률을 당국이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정치권은 이 순간에도 ‘복지 천국’을 떠들고 있다. 양심이 있다면 ‘사전 투표일 치매 참변’ 앞에 회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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