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쓰레기 잘 버리셨나요?' 환경인플루언서 홍다경 [인터뷰]

1997년생 환경인플루언서 홍다경씨는 매일이 바쁘다. 불러주는 곳은 없어도 찾아갈 곳도, 만나야 할 사람도 많다. 어떻게든 환경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이 하는 일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책도 쓰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도 열심이다. 개인 유튜브 채널 ‘청년환경운동가 홍다경’도 운영하며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진 진정한 환경 ‘인플루언서’가 되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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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인플루언서 홍다경. 홍기웅기자

 

환경과 나, 운명인가?

청년동아리 ‘지구를 지키는 배움터’(이하 지지배)의 대표이자 환경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는 홍다경씨의 환경 사랑은 2016년 뉴질랜드에서부터 시작된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지구시민 발런티어(봉사활동)를 위해 떠난 뉴질랜드는 초원과 바다가 넓게 펼쳐진, 그야말로 천혜의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나라였다. 그러나 환상은 곧 깨졌다.

 

“우연히 들른 식당에서 현지 주방장이 음식물과 일반쓰레기를 분리하지 않고 한꺼번에 버리는 모습을 목격했어요. 온갖 보디랭귀지를 섞어 가면서 왜 분리하지 않는지 물었는데 그 사람의 답을 듣고 잠시 멍해졌죠.”

 

주방장은 “이렇게 버리면 바다로 간다”고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홍씨는 ‘쓰레기를 바다로 버리는’ 현장을 본 것에 충격을 받았다. 현지 주방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뉴질랜드에서는 여태껏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고 있었겠구나’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1년간의 뉴질랜드 생활을 마치고 홍씨는 대구에 사는 부모님을 떠나 서울에 자리 잡았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는데 마침 발견한 서울시 청년 일자리 공공근로에 지원했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한번 운명처럼 환경과 만났다.

 

“참 신기하게도 저에게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청소 일이 배정됐어요. 보통 공공근로 청년들은 주민센터 단순 사무보조나 민원 안내 업무를 하는데 말이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5시에 일어나서 어르신 근로자 한 분과 함께 200여명이 근무하는 사무실을 청소했습니다. 몸은 정말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큰 공부가 됐어요. 회사에서는 분리배출을 어떻게 하는지도 알게 됐고, 청소 직원이 열심히 쓰레기를 분리해도 선별장 수거 과정에서 다시 섞인다는 것도요. 쓰레기가 제대로 버려지려면 개개인 모두가 환경에 대한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쓰레기 만들지 마세요!

2018년 중국에서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면서 전 세계 재활용 시스템이 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나라 역시 ‘쓰레기 대란’ 사태가 벌어졌고 그제야 정부와 시민들은 쓰레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지배 동아리 활동을 하며 지속적으로 환경운동에 목소리를 내오던 홍씨도 문득 ‘내가 분리해 내놓은 재활용 쓰레기가 제대로 재활용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전국의 쓰레기 선별장, 소각장, 매립지 현장에 가보기로 했다. 혼자서.

 

“선별장, 소각장, 매립지는 대부분 사람들이 살지 않는 외곽 지역이 많아 대중교통으로 가는 건 한계가 있겠더라고요. 급한 대로 부모님과 가기도 하고, 차가 있는 친구와 움직이기도 했어요. 또 지지배 활동에 관심을 갖고 계시던 분들, 저의 이야기를 들은 선별장 사장님 등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한 달 정도 각 지역의 재활용 선별장과 매립지를 돌아다녔습니다.”

 

홍씨는 더운 여름 전국의 쓰레기장을 찾아다니며 분리배출의 중요성과 자원순환의 필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러나 최고의 대안은 ‘소비를 줄이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쓰레기를 잘 분리해 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어요. 그러기 위해선 소비 형태도 바뀌어야 하고요. 최근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는 리사이클링 및 업사이클링 제품을 쓰거나 제로웨이스트숍도 더 늘어야 하고요. 무엇보다 이러한 제품이나 가게가 많아지도록 대기업의 관심과 참여가 많아지길 바랍니다.”

 

홍다경씨와 지지배 공동대표 원종준씨는 지난해 11월 30일 '시군구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일 후 현수막 미철거 단속 소홀에 대한 감사청구 연명서'를 감사원에 제출했다. 홍다경제공.
홍다경씨와 지지배 공동대표 원종준씨는 지난해 11월 30일 '시군구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일 후 현수막 미철거 단속 소홀에 대한 감사청구 연명서'를 감사원에 제출했다. 홍다경 제공

 

‘선거 마무리는 수거’

최근 홍씨의 관심사는 선거 공보물과 현수막이다. 2022년 6월 있었던 지방선거 때부터 ‘선거 마무리는 수거’라는 타이틀을 갖고 선거운동 때 발생하는 폐기물을 잘 처리하도록 당사자들에게 의견을 전하고 있다. 그중 첫 행보는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당사자들의 공보물을 보내는 일이었다.

 

“2022년 6월 지방선거가 끝난 후 전국 후보자들이 뿌렸던 명함, 전단 등 공보물 1200여장을 수거했어요. 함께 활동하는 지지배 회원들과 하나하나 분류해 그해 연말 43명의 당사자들에게 우편으로 보냈습니다. 그중 소수 정당 두 곳에서 ‘쓰레기 없는 선거 만들겠다’는 답변이 왔죠. 아직 반응은 미미하지만 ‘제로웨이스트 선거운동 캠페인’은 지속적으로 할 계획입니다.”

 

홍씨와 함께 지지배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원종준씨가 주도한 이 캠페인의 골자로는 현수막 철거와 관련해 공직선거법 제276조 현 ‘지체없이’를 ‘3일 이내’로 개정해 철거 의무화를 강화하고 유권자로 하여금 공보물 받는 형식을 지금처럼 종이로 받을지 온라인으로 받을지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다.

 

“이 사안에 대해 저희의 최종 목표는 입법을 통해 법이 바뀌고 친환경 선거가 되는 것입니다. 지난해 11월 30일 ‘시군구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일 후 현수막 미철거 단속 소홀에 대한 감사청구 연명서’를 감사원에 제출하는 것으로 활동을 시작했고요. 저희의 작은 목소리가 4월에 있을 총선 후를 조금이라도 바꾸길 기대합니다.”

 

홍씨는 “최근 환경 관련 콘텐츠가 많아지고 관심이 늘면서 오히려 시민들은 무감각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환경 문제가 익숙해지고 그만큼 피로감이 커졌다는 것. 지지배 커뮤니티에서 진행하는 플로깅 등 쓰레기 줍기 모임에도 20~30명씩 참여하던 인원이 요즘엔 10명 남짓으로 줄었다.

 

“환경이야기가 피곤하고 듣고 싶지 않아진 탓이겠죠. 그런데 이런 때일수록 개개인이 더욱 관심을 갖고 힘을 내야 합니다. 현재가 힘들어 외면할수록 앞으로 기후위기는 더 심각해지고 삶의 질도 더욱 떨어질 테니까요. 저 역시 현실이 불안하기만 한 청년 환경운동가이지만 끝까지 버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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