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계절, 책으로 돌아보는 정치와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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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크로스 刊

 

민주주의의 축제, 선거의 계절이다. 한국 사회는 요즘 선거의 말들이 일상을 뒤덮는다. 선거를 앞두고 민주주의의 역사와 정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 서점가에서 조용한 힘을 얻고 있다. 민주주의와 정치를 어떻게 해석하고 현대를 살아가야 하는지, 화두를 던진 책들을 살펴봤다.

 

■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리커버:K)

 

책은 흥미로운 이솝우화로 시작한다. ‘말과 사슴이 싸움을 벌였다. 말은 사냥꾼을 찾아가 사슴에게 복수하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사냥꾼은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정말로 복수를 하고 싶거든 내가 고삐로 널 조정할 수 있도록 입에 마구를 채우고, 사슴을 쫓는 동안 내가 편히 앉도록 등 위에 안장을 얹어야 해.” 말은 기꺼이 동의했다. 말은 사냥꾼의 도움을 받아 사슴을 물리치는 데 성공했다. 말은 사냥꾼에게 말했다. “이제 그만 내려와요. 입과 등에 채운 것도 풀어주세요.”, “이봐,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이제 막 마구를 채웠잖아. 난 지금 이대로가 좋단 말이야.”’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Steven Levitsky)와 대니얼 지블랫(Daniel Ziblatt)이 펴낸 정치학의 고전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리커버판이 출간됐다. 리커버판은 아테네 민주정의 상징이었던 파르테논 신전이 붕괴되는 모습을 담았다. 그동안 견고하게 느껴졌던 민주주의 체제가 언제든 한순간에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말과 사냥꾼의 우화는 오늘날 민주주의가 처한 실상을 대변한다. 자기에게 권력을 몰아주면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겠다고 정치인은 사냥꾼처럼 말하지만, 권력을 잡으면 생각이 달라진다. 권력의 속성이다. 두 저자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헌법 같은 제도가 아니라 ‘상호인정·존중’과 ‘권력의 절제’ 등의 규범이라고 말하며 이러한 규범들이 무너질 때 민주주의도 허물어진다고 전한다.

 

■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권력을 탐하고 시끄럽고 이율배반이 가득한 곳. 혹자는 ‘더러운 세속 정치’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정치는 우리가 멀리해야 하는 걸까. 정치를 멀리 할 때, 아름답고 고고하게 살 수 있을까. 김영민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과부·동양정치사상)는 지난 2021년 펴낸 책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에서 말한다. “살아있는 한, 어느 누구의 삶에서도 정치는 무관하지 않다. 복수의 인간이 사는 곳에서 정치는 불가피하고 정치를 외면하는 것은 세속의 삶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냥 사는 인생이나 마냥 권력을 쥐려는 정치가 아니라 반성된 삶과 숙고된 정치”라며 인간의 관계성과 삶, 정치를 대등한 관계에서 몰입감 있게 정치적·철학적 사유를 끄집어 냈다. “쿠데타는 하루아침에 일어나도 세속의 정치는 하루아침에 개선되지 않는다”란 저자의 말은 심심한 위로를 건네며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건전한 비판자가 되어라고 토닥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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