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하는 가격이다. 한우 생갈비 1인분이 10만2천원이다. 250g을 먹으면서 지불하는 가격이다. 지난해 9만7천원에서 결국 10만원대를 찍었다. 수원에서 가장 크다는 가보정의 가격이다. 1인분 10만원이 주는 정서적 부담이 상당하다. 다른 곳의 가격도 부담이기는 마찬가지다. 또 다른 명소로 알려진 신라갈비도 8만7천원이다. 재료비 인건비가 올라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전반적인 물가 인상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너무 비싸다.
근로자의 하루 평균 소득이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공표한 건설업 보통 인부 임금은 16만5천545원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공표 단순노무종사원 임금은 8만6천8원이다. 모두 2024년 상반기 기준이다. 중소기업 단순 노무자는 하루 벌어 갈비 1인분을 먹지 못한다. 건설 현장 노무자도 하루 벌이로 부부간의 갈비 회식은 불가능하다. ‘언제는 도시 노무자가 한우 먹었느냐’는 반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먹지 않는 갈비’와 ‘먹을 수 없는 갈비’의 차이는 크다.
수원 왕갈비의 원조는 한우다. 그렇다면 한우 가격만 이럴까. 다른 선택의 가능성은 열려 있나. 가보정의 한우 양념갈비(270g)와 미국산 생갈비(450g)가 6만9천원이다. 본수원갈비의 미국산 생갈비(450g)는 6만5천원, 양념갈비(450g)는 6만원이다. 신라갈비의 미국산 생갈비는 6만5천원이다. 원재료인 수입산 소고기 가격이 올랐다. 통계청 발표에서 1년 전에 비해 4.9%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우의 인상폭(0.4%포인트)이 오히려 작다.
음식 가격이 형성되는 조건은 다양하다. 원재료·인건비 등이 직접 영향을 준다. 여기에 소비자 기호, 인지도 등도 중요하다. 수원 왕갈비 가격을 우리가 일방적으로 평가할 순 없다. 본보가 취재에 참고한 전문가 의견을 옮겼다.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법적으로 가격을 제재하기는 힘들겠지만 비용 혁신에 대한 노력 없이 물가 상승 분위기에 편승해 그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다.
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수원 왕갈비 명성이다. 반백년 넘게 수원을 대표해온 음식이다. 일본 중국 등 동양권 여행객에도 널리 알려진 지역 특산품이다. 이런 전통이 유지될 수 있는 한계 가격인지 생각할 때다. 수원지역 모 가든의 가격대는 이보다 훨씬 낮다. 그럼에도 손님들이 받을 부담을 걱정한다. 얼마 전부터는 고객에게 미안하다며 소주 가격을 3천원으로 낮췄다. 과연 전통과 규모가 허락하는 가격의 끝은 어디인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황금알을 낳는 닭의 배를 가르면 공멸한다. 명성에 업힌 천정부지 가격이 그렇다. 10만원대 수원 왕갈비, 그 명성이 아슬아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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