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당선자의 일성이 놀랍다. 임현택 당선자는 취재진에게 당선 소감, 향후 계획 등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의료인에 대한 불이익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 표현이 듣기에 부담스럽다. “면허정지나 민·형사 소송 등 전공의·의대생, 병원을 나올 준비를 하는 교수 중 한 명이라도 다치는 시점에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다.” 의료계 이익을 대변하는 위치에서 나온 발언이겠지만 수위를 한참 넘었다.
당장 복지부로부터 강한 비판이 나왔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법 위에 서겠다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는 “그런 주장은 의사 집단이 법 위에 서겠다는 주장”이라며 “법을 위반한 것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임 당선자는 박 차관의 파면을 대화의 전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박 차관은 이에 대해 ‘인사 사항’이라며 답변하지 않았다. 대신 그런 게 전제조건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환규 전 의협회장의 조롱 섞인 주장도 있었다. 지난 25일 자신의 SNS에 “전공의 처벌 못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보류한 데 대한 견해다. 그는 “선처는 없다느니, 구제는 없다느니, 기계적으로 돌아간다느니, 이번 주부터 처벌할 거라느니 그동안 큰소리치던 모습은 어디로 갔느냐”고도 말했다. 누가 봐도 정부에 대한 조롱이자 사법 절차를 소재 삼는 희롱이다.
주목할 건 임 당선자. 노 전 회장의 주장이 나온 시점이다. 지난주부터 정부에서 ‘유연한 처분’이라는 기조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제시한 방향이다. 여기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건의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의료 사태 장기화에 대한 국민 피로감, 우려 등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런 정부 결정에 대해 기다렸다는 듯 조롱과 협박을 해대는 것이다. 의대생 증원에 찬성하는 다수 국민은 안중에도 없나.
이런 갈등 조장 언행이 누구에게 도움이 될는지 묻고 싶다. 오늘자 본보를 보면 병원들의 경영난이 현실화되고 있다. 성빈센트병원이 25일부터 일반 직원 2천명에게 무급휴가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한양대구리병원도 지난주부터 직원 1천명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기존 500억원이었던 마이너스통장의 한도를 1천억원까지 늘렸다. 의사들의 직장이고, 언젠가 돌아갈 곳이다. 이게 남의 일인가.
궁극적인 조롱•협박의 대상은 다수 국민이다. 정부 여당도 양보의 경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유연한 대처’로의 전환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재고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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