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허파에 나는 산다. 살아 있으므로 맛봐야 할 시간의 독(毒)이 복리(複利)로 증식하는 허공의 집.… 나는 비둘기들과 함께 꿈의 사체(死體)를 천천히 쪼아댄다” (‘해부되는 정신의 과잉’ 中)
신종호 시인이 세 번째 시집 ‘해부되는 정신의 과잉’(북인 刊)을 출간했다.
어찌 보면 난해한 시집의 제목은 사유하고 시를 쓰고 끝없이 탈주하는 시인의 삶을 표현한 것이다. 과잉된 정신을 해부하는 것이야말로 시의 한 축일 터. 그의 시에서 어둠, 무의식, 죽음 등에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는 운명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시인의 일관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시집 1부는 ‘사랑의 회고록’이라는 부제의 연작으로 표상 너머의 사랑에 대한 탐구를 담았다. 시집에는 언어 기호에 끊임없이 의심의 눈길을 보내며 기호에 관한 지속적인 관심과 탐구가 나타나있다. 3부의 시 ‘르네 마그리트 그림처럼’은 현실 속 풍경인 재래시장이 배경이다. 시적 화자가 내세운 르네 마그리트는 재현의 공간과 원리를 파괴한 클레나 칸딘스키와 달리 재현의 낡은 공간을 그대로 수용하고 그 원리를 구현한 듯 보이게 회화를 구성한다.
표제시 ‘해부되는 정신의 과잉’처럼 정신의 과잉을 해부하고자 하는 욕망도 현실에 대앙하는 혼돈스러운 정신의 자기 검열이라 할 수 있다. 신종호의 시는 인간은 왜 투쟁해야 하는가를 골똘히 생각하게 한다.
시집의 해설을 쓴 우대식 시인은 모순에 맞서 시인이 지향하고자 하는 정신의 향방을 “동일성의 세계를 살아가도록 암암리에 강요받는 현실에 대항하는 혼돈스러운 정신의 자기 검열”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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