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 교탁에 경주빵과 커피 한잔이 놓여 있다. 학창 시절의 교실이 떠오른다. 교탁엔 항상 화병에 꽃이 피어 있고 출석부와 교과서가 있었는데 가끔 우리는 특별한 무엇인가를 올려놓기도 했다. 교단과 칠판과 그 옆에 풍금이 놓여 있는 교실, 참 정감있었다. 요즘은 전자교탁이 있다는데 아마 PC와 빔프로젝트용 AV 시스템 장치가 있을 것 같다. 경주빵과 함께 놓여 있는 과자 꾸러미는 이번 신입생들이 올려놓은 것이다. 성인들의 교실은 그들이 살아온 방식의 따뜻한 정이 남아 있다. 아무튼 수강생의 강사가 아닌 학생의 스승이 된 기분이어서 오랜만에 보람을 느낀다.
오늘은 정영훈님이 남문 옆 거리를 그렸다. 항상 함박꽃 같은 엷은 미소를 짓는 조용한 성격, 편협하지 않고 이해심 많은 도량을 소유하고 있다. 그녀의 그림은 순수하고 재미있다. 어반스케치의 형식인 건물과 사람과 자동차가 들어간 구성이 잘 짜여 있다. 남문 언덕엔 남창초등학교가 있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다. 운동회에 달리기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딸은 일등을 했고 엄마도 학부모 달리기에 일등을 했다. 온 힘을 다하던 일그러진 얼굴, 목이 터져라 응원하던 생각에 웃음이 난다.
그런데 학교가 조용하다. 어린이가 없는 구도심 학교의 전형이다. 중앙극장이 사라지고 유동골뱅이와 동막골 전집과 50년 넘긴 중화요릿집 영화루가 남았다. 영화루의 짜장면이 당긴다. 차라리 이모네 포차에서 소주 한잔 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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