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혈세 낭비, 정치인은 책임져야 한다

신동섭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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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14일 서울고등법원의 ‘용인 경전철’ 재판에서 전 용인시장의 책임을 인정하는 이례적인 판결이 나왔다. 사업 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과실이 발생하면 지방자치단체장(지자체장)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과도한 수요를 예측한 연구원에게도 배상금을 지불하도록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기존의 관행, 그리고 과거 행정 실패에 대한 지자체장의 무책임론을 뒤엎은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그뿐만 아니라 대규모 재원, 그것도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의 과대한 수요 예측에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도로, 지하철, 경전철 등 사회기반시설을 포함한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은 모두 ‘타당성조사’를 먼저 진행한다.

 

타당성조사란 투입되는 비용 대비 편익의 비율을 산정하는 방식이며 이 비율이 1이 넘을 때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즉, 편익이 비용을 조금이라도 넘어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비용과 편익의 예상 산출에서 발생한다. 비용은 실제 건설에 지속해서 투입되는 인건비, 자재비 등이 포함되기에 물가 상승에 따른 일정 부분의 오차 외에는 비교적 정확하게 산정되고 있다.

 

그러나 편익의 경우 미래 수요를 예측해 산정해야 하기에 예상이 적중하지 못했을 경우 돌아오는 손실이 크다.

 

용인 경전철의 경우 탑승할 것으로 예측한 인원에 비해 한참 부족한 5~13% 수준에 불과했다. 따라서 예상 탑승객과 실제 탑승객 간의 괴리로 인한 수입 감소분이 상당히 발생했을 것이다.

 

또 용인 경전철이 충격적인 결과를 보인 것은 수요 예측치의 90%를 최소 수입으로 보장하는 협약의 포함이다. 통상적으로 수도권 주변 교통의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편익이 비용을 넘어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용은 줄이고 편익을 늘려야 한다. 수요 예측은 정해진 틀에 따라 계산되기에 산출자가 임의로 변경하기 어렵다. 하지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편익 예측이 실패한 사례는 너무나 많이 존재한다.

 

따라서 과대(誇大)로 예측된 편익, 그중 수요 예측치의 90%를 보장하는 협약은 말 그대로 폭탄인 셈이었다. 이번 판결은 편익 예측을 과대로 수행한 점과 그러한 과대 예측치를 기준으로 민간업체에 재원을 보장해 주는 협약 두 가지를 모두 잘못으로 인정한 사례다.

 

용인시 경전철 법원 판결이 인천시에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먼저 건설비, 금융비용에 추가로 차량 도입과 시스템 구축으로 1천억원이 훌쩍 넘게 들어간 ‘월미바다열차’의 경우 지난 2019년 첫 운행부터 지속해서 적자 행진이고, 누적 적자만 250억원에 달한다. 원인을 열차 외에 콘텐츠 부족으로 인한 현상으로 보고 있다지만 이미 콘텐츠 부족을 감안해도 편익이 비용을 넘었다고 봤기에 추진됐을 사업이었다. 이제 와서 콘텐츠 부족을 이유로 삼는 것은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

 

이보다 더한 경우도 있다. 무려 혈세 4천500억원이 투입된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는 하루 평균 6만명 이상이 이용할 것

으로 예측했고, 이에 따라 편익이 계산됐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하루 평균 이용객은 300명도 채 안 됐고 대중교통에서 관광열차로 전락해 버렸다. 연간 100억원 가까운 적자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타당성 조사의 결과만을 무조건 신뢰하며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 상식을 벗어난 협약을 체결해 민간기업에 막대한 세금을 지원하는 것, 사업 실패로 세금을 낭비하는 것에 관해 한 번 더 신중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사업에 대한 실패 사유가 한참 후에 발생한다 해도 그 책임의 주체자는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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