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끼니 해결하려 떡볶이와 순대 1인분씩 주문하니 9천500원이 나오네요. 이젠 서민음식도 옛말이네요.”
한때 ‘서민음식’의 대명사였던 떡볶이의 가격이 원재룟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제 떡볶이는 ‘서민음식’이 아닌 ‘귀족음식’이 된 것 아니냐는 푸념마저 나오고 있다.
23일 수원특례시 팔달구에 위치한 프랜차이즈 떡볶이집 ‘청년다방’. 이곳에선 떡볶이가 1만4천~2만5천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 가게에서 2인 기준으로 차돌 떡볶이 하나와 사이드로 감자튀김, 사이다까지 시키면 2만원을 훌쩍 넘긴다.
직장인 강경민씨(30)는 “이런 전골식 떡볶이와 음료, 사이드 추가해서 한 끼로 먹으면 거의 치킨이나 피자값이 나온다”며 “떡볶이가 서민 음식이라는 건 옛말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일반 분식집들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 성남에서 떡볶이 가게를 운영 중인 사장 김기명씨(55·가명)는 올해 또 한번의 가격 인상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떡볶이, 순대, 튀김 가격을 각각 500원씩 올렸지만, 대폭 상승한 원재룟값을 감당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 가게에서 분식 삼총사인 일명 ‘떡튀순’(떡볶이·튀김·순대)을 주문하면 가격은 1만5천원에 육박한다.
김씨는 “원재료값이 많이 올라 작년에 떡볶이, 튀김, 순대 가격을 올렸다”며 “가격 올리면 손님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안한 것은 아니지만, 손님들도 물가가 올랐기 때문이란 점을 이해해 줄 거라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들이나 청년층에겐 떡볶이 가격마저 부담스럽다는 푸념도 나온다. 중학생 윤채현양(15)은 “요즘 분식집 가서 친구랑 떡볶이 하나 먹으면 1만~1만5천원이 기본”이라며 “맛있지만, 싼 음식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떡볶이 외식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7% 올라 전체 평균 물가상승률(3.1%)보다 높게 나타났다. 가격 상승을 부추긴 원재료값 상승 역시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통계청의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를 살펴보면 최근 5년 사이(2019년 대비 2024년) 떡은 22.2%, 어묵 40.3%, 고추장 16.7%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떡볶이 같은 길거리 음식을 다양화, 고급화시켜 공급하는 과정에서 떡볶이의 가격이 올라간 측면이 있고, 원재료값 상승으로 떡볶이 가격이 올라가는 건 맞다”며 “그러나 공급자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면 오히려 매출이 줄고 구매빈도가 줄어들 수 있어 영세상공인들께서는 구매빈도와 매출이 줄어들지 않도록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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