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전면 폐기된다. 정부가 지난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로드맵 도입 이전인 2020년 수준(공동주택 69%)으로 낮추더니, 아예 폐기를 공식화했다. 2025년 공시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공시가 현실화 폐지는 19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21번째 민생토론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공시가격을 매년 인위적으로 상승시키는 소위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시행했는데 곳곳에서 엄청난 부작용이 드러나고 국민의 고통만 커졌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무모하다”고 비난하며 폐지하기로 한 공시가 현실화 계획은, 문재인 정부가 2020년 11월 발표한 ‘시세의 50~70%에 머무는 공시가격을 2035년까지 90%로 끌어올린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공시가격은 재산세·건강보험료·기초연금 등 67개 행정·복지제도의 기준이 되는 지표다. 부동산 시세와 공시가의 괴리가 크고 지역별·주택유형별로 시세 반영률에 차이가 커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에 현실화 계획이 도입됐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2021년부터 적용 중인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폐지키로 한 것이다. 부동산 공시가격 안정성을 회복하고 국민 불편을 해소한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시가격 현실화가 도입된 이후 통상 연평균 3% 수준으로 오르던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연평균 18% 상승했다. 특히 집값 급등기에 시세반영률을 높여 공시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고, 국민의 보유세 부담이 가중됐다고 했다.
국토부 발표대로 공시가격 현실화가 폐지되면 국민의 경제적 부담이 경감될 것이다. 하지만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의 주된 수혜자는 고가 주택 소유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공시가율이 일률적으로 적용될 경우 주택가격이 높을수록 세 부담이 크게 줄기 때문이다. 재산이 많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는 게 조세정의에 부합하는데, 공시가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인 형평성 개선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시세보다 공시가격이 더 높아지는 역전현상은 문제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현실화 계획 수정안을 내놓겠다고 했다가 무기한 연기했다. 다시 외부 연구용역을 시작한 상태에서 폐지를 공식화한 것은 적절치 않다. 이는 법 개정 사안이기도 하다. 국회 협의가 있어야 한다.
시세 변동에 유연하게 연동되면서 시가와의 괴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형평성 차원에서 서울과 지방, 아파트와 단독주택, 고가와 저가 주택 등 지역·유형·가격대별 시세 반영률을 맞추는 작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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