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파업, 올 것이 오고 있다. 경인지역 의대 교수들도 집단 사직을 결의했다. 수원 아주대 의대가 12일부터 설문조사를 했다. 소속 교수 400여명 가운데 261명이 응했다. 응답자의 96.6%가 단체 행동에 공감했다. 이 중 77.8%는 사직서 제출 의향을 밝혔다. 인천 인하대 의과대 교수회도 성명을 발표했다. ‘협박’이 아니라 ‘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직서 제출 등 단호한 행동에 나설 것을 확인했다. 기폭제가 될 전국 의대교수비대위 3차 회의가 22일이다.
대학병원의 의료진 구멍은 이미 심각하다. 아주대병원은 전공의 225명 중 다수가 사직서를 내고 이탈해 있다. 치과 의사를 제외하면 650명이다. 전체 30%가량이 빠져 있는 상태다. 인천에서도 지난 15일 오후 기준 11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540명 가운데 471명이 사직서를 낸 상태다. 이들 중 실제로 근무하지 않는 전공의는 365명이다. 병상 가동률이 급격히 낮아졌다. 상급종합병원 57.5%, 종합병원 76.8%, 공공의료기관 64.2%다.
의사 파업-정부·의료계 갈등-도 한 달을 넘겨간다. 파업 참여 의사들의 반응이 극과 극이다. ‘2천명 숫자 포기’를 정상화의 조건으로 말하는 이도 있다. ‘영원히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 틈바구니에서 환자 고통만 커져 간다. 수술 지연과 진료 취소 등 환자 피해가 늘어가고 있다.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한 환자 피해신고 사례가 1천300건을 넘었다. 의료 불편 등의 일상적 피해는 훨씬 많다. 여기에 교수 파업까지 목전에 온 것이다.
때마침 정치는 총선판이다. 민원 있는 곳마다 정치인들이 찾아 다닌다. 되는 공약, 안 되는 공약을 막 던진다. 의사 파업은 가장 큰 현안이다. 국민의 건강·생명이 걸려 있다. 세계 의사들까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런데 희한하다. 정작 우리 정치는 입 닫고 피해 다닌다.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이다. 무한 책임이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관련 얘기는 없다. 민주당은 거대 야당이다. 이재명 대표도 음모론 비판 이외에는 별 의견이 없다.
표(票) 계산이 아직 안 끝난 것이다. 환영 받을지 욕 먹을지 확신이 안 선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침묵할 수가 없다. 전국을 이 잡듯 뒤지고 다니는 각 당이다. 유독 이 문제에만 말을 아끼는 이유가 이것 말고 있나. 여기서 과거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2002년 11월 노무현 대선 후보가 ‘전국 농민 대회’에 갔다. 쌀 수입으로 분노가 극에 달했던 농민이었다. 달걀이 날아와 얼굴에 맞았다. 그가 말했다. “어떻게 환영받는 곳에만 가겠나.”
이게 국민을 위한 정치 아닌가. 이게 국민에게 부여받은 의무 아닌가.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그리고 양당의 대표자들. 모두 직무 유기다. 이제 그만 외면하고 문제 핵심으로 들어와야 한다. 그리고 비방이 아닌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2천명이 맞나. 너무 많은가. 그러면 몇 명이어야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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