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에도 선거가 있었다. 안철수 국민의당이 파란을 일으켰다. ‘74세 박지원’이 당선자 중에 있었다. 20대 국회 지역구 최고령이다. 인사말이 모두를 미소짓게 했다. “우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그분 덕에 제가 젊어 보인다.” ‘76세 김종인’은 비례대표 의원이 됐다. 이렇게 둘은 8년 전에 고령 경쟁을 했다. 그 후로도 둘은 왕성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현란했다. 또는 여의도에서, 또는 대선판에서 중심이었다.
엊그제 박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았다. 해남·완도·진도 경선에서 이겼다. 30대, 40대도 나가떨어지는 경선판이다. 물론 나이가 공천의 기준일 순 없다. 그래도 82세 박 의원 공천은 언론 뉴스감이다. 일성이 그답다. “경선에서 승리했습니다.” 당당히 공천 받았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더 막강한 위치다. 이준석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이다. 이낙연을 기획 퇴출케 하고 앉았다. 당 인기가 없어 인물난이라지만, 그래도 그는 공천권자다.
모두가 아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범죄 전과자들이다. 박 전 의원은 기업 두 곳에서 뇌물을 받았다. SK 3천만원, 금호 7천만원이다. 2006년 징역 3년에 추징금 1억원을 선고 받았다. 감옥에 갔다가 특별사면 받았다. 김 위원장은 1993년 동화은행 사건으로 구속됐다. 청와대 경제수석 때 2억1천만원을 받았다. 역시 유죄로 징역형을 받았다. 수십 년 전 음주 전과에도 날아가는 게 정치다. 하물며 뇌물에 징역형이다. 그래서 둘이 놀랍기까지 하다.
공통점이 또 있다. 변절의 달인이다. 박 전 의원은 DJ의 적자를 자처하며 잘나갔다. 그 이후 역대급 변절이 시작됐다. 대통합민주신당, 민생당, 대안신당, 무소속, 민주평화당, 국민의당이다. 이번에 다시 더불어민주당이다. 대개가 정치생명을 위한 변절이었다. 김 위원장의 변절은 차라리 자산이다. 90년 ‘신군부’의 국보위에 참여했다. 민정당, 민주당계를 오갔다. ‘박근혜-문재인’ 캠프를 번갈아 오갔다. 선거 기술이다. 김종인 매직이라고 불린다.
이번 총선에서 나돈 말이 있다. ‘올드 보이 귀환’이다. 76세 이인제, 71세 정동영, 70세 천정배 등에게 나온 표현이다. 나이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 아니다. 개인적 탐욕과 부정적 발자취를 지적한 것이다. 그래서 궁금하다. 박지원·김종인에의 평가가 이들과 달라야 할 이유가 있나. 화려한 언변으로 혹세무민했다. 말초적 감각으로 정치를 어지럽게 엉클어 놓았다. 그 결과로 남은 것은 하나다. 변절, 왜곡, 혹세무민이 판을 치는 정치를 만들었다. 아닌가.
우리가 기억하는 70대, 80대 세대의 모습이 있다. 광복과 전쟁의 폐허에서 나라를 구했다. 산업화 현장을 배 곯며 뛰었다. 노년에도 일 못 놓고 자식을 위해 산다. 박지원·김종인에게는 찾을 수 없는 모습이다. 그런 둘을 또 보게 된 2024년 총선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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