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이젠 사과도 금값?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주부들이 장 보기를 꺼리고 있다. 물가 오름세가 설 명절 이후에도 심상찮아서다. 사과가 특히 그렇다.

 

지난 1월 2%대로 떨어졌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한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과일 값 오름세 탓이 컸다. 물가 당국의 분석이다. 사과에 이어 귤까지 뛰면서 과일 물가는 2월에 41.2% 상승했다. 32년여 만에 최고치다. 소비자 체감물가는 더욱 가파르게 올랐다. 정부가 과일 직수입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당장 하락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물가 동향에 따르면 과일 값 상승률(41.2%)이 지난 1991년 9월(43.9%)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사과는 지난 1월 56.8% 오른 데 이어 지난달은 71.0% 뛰었다. 원인은 이상 기온으로 인한 수확량 감소로 풀이된다. 봄철 저온 피해로 착과수가 감소한 데다 여름철 집중호우, 수확기 탄저병 발생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해 생산량이 30% 급감했다.

사과와 대체재 관계에 있는 다른 과일 값까지 치솟았다. 겨울철 수요가 증가하는 귤은 지난 1월에도 39.8% 올랐다. 노지 생산량 감소까지 겹치면서 지난달 78.1% 급등했다. 배(61.1%)와 딸기(23.3%) 등 다른 과일 값도 큰 폭으로 뛰었다.

 

정부가 ‘재정 지원’ 카드를 꺼냈다. 3~4월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600억원을 투입하고 수입 과일 3종(만다린, 두리안, 파인애플주스)에 대해 추가 관세 인하도 적용한다. 13개 과일, 채소에 납품 단가를 지원해 유통업체에 대한 판매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고도 했다. 다만 이 같은 대책이 과일 값 안정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미지수다. 수입 과일이 국산 과일 수요를 분산시킬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삶이 힘들다면 시장에 나가 보라던 어느 철학자의 말씀은 수정돼야 한다. 이래저래 서민들의 주름살은 펴질 기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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