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악성민원에 또 공무원 사망, 강력한 대응책 마련해야

또 한 명의 공무원이 악성 민원을 견디다 못해 세상을 등졌다. 동화성세무서 민원실에서 일하던 공무원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쓰러져 숨진 사건이 발생한 지 8개월여 만이다. 서울 서이초 교사와 의정부 호원초 교사도 악성 민원이 사망 원인이었다.

 

김포시청 9급 공무원인 A씨가 지난 5일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사망 뒤에는 무차별적인 악성 민원과 온라인상의 신상 공개를 통한 마녀사냥이 있었다.

 

도로 긴급보수 등 도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던 A씨는 지난달 29일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와 관련해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항의성 민원을 받았다. 온라인 카페에선 공사를 승인한 사람이 주무관 A씨라며 이름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 등 신상을 공개했다. ‘정신 나간 공무원이다’, ‘멱살을 잡고 싶다’ 등 A씨를 비난하고 성토하는 글이 빗발쳤다. 30대 젊은 공무원은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포트홀 보수로 차가 막힌다는 이유로 공무원 개인의 신상을 털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퍼부으니 A씨의 정신적 고통이 컸을 것이다. 도로 파임으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빨리 조치를 하는 게 맞는데 공사 책임을 특정 공무원 개인의 문제로 생각해 집단 공격한 것은 황당하다. 악성 민원을 견디지 못하는 이들은 A씨처럼 죽음을 선택하게 된다.

 

국민권익위원회의 통계를 보면 지난 2019년부터 2023년 6월까지 정신질환에 따른 공무상 재해를 청구한 공무원은 1천131명이었다. 이는 민원 담당자에 대한 폭언·폭행이나 업무방해 목적의 대량 민원이 이어진 영향이라고 권익위는 분석했다.

 

악성 민원의 유형은 다양하다.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민원 요구, 적절한 응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상습적 민원, 욕설·협박 등 언어폭력이 판을 치고 있다. 이로 인해 공무원들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업무 집중력 감소, 새로운 민원을 상대하는 데 대한 두려움 등의 후유증을 겪는다. 악성 민원은 공무원들의 사기와 의욕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행정력과 예산 낭비로 이어진다.

 

공무원을 향한 무분별한 악성 민원이 사회 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한데도 대책이 거의 없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달라진 게 없다. 사망한 공무원이나 교사와 관련된 악성 민원인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재발 방지 등 강력한 대응책이다. 무엇보다 공무원을 보호할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공직사회를 위축시키는 악성 민원에 대한 처벌 강화와 전담 대응 조직 등 실효성 있는 매뉴얼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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