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원 양주소방서장
가족은 핏줄만이 아니라 동료애로도 만들어진다. 생사를 나누는 현장에서 소방관은 ‘반드시 구한다’는 종교 같은 믿음으로 서로를 의지한다. 적절한 대응과 희생에 대한 격려보다 우리를 더 단단히 묶는다. 그런 동료애는 타들어가는 현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다가가는 예방업무를 수행할 때도 종종 같은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최근 양주소방서는 열악한 환경에서 거주하는 노인을 위해 소화기와 화재경보기를 설치하고 소박한 차담회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고마워하는 마음과 더불어 더욱 안전해졌다는 어르신들의 안심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안전에 대한 책무는 어느 곳에서나 우리를 따라다닌다. 우리가 평소 인지하지 못했던 곳까지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예방행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크고 작은 사고를 보듯 간단한 기본수칙을 지키지 않는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참사가 반복되는 현실을 보면 평상시 안전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다. 최일선의 소방관으로서 먼저 허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동시에 큰 책임을 느끼며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노자는 ‘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다’며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것이 역할에 따라 간섭 없이 그저 조화롭게 움직일 때 편안하게 된다고 했다. 우리는 크고 작은 재난 현장에서 안전관리는 엄격한 규제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스스로 실천할 때 그때서야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장에서 기관의 대응과 수습은 당연하다. 그러나 민간이 기본 안전수칙을 실천하는 적극적인 예방활동이 더욱 중요하다.
자율 안전관리는 법률에서 정하는 행정명령을 단순히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안전을 위협하는 잠재적 영향을 확인하고 그 영향을 최소화하며 재난을 막는 것이 근원적인 예방행정인 셈이다.
평상시에도 마치 거친 전장의 야무지고 단련된 군인처럼 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마음에 있지 않으면 봐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안전관리에 대한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대장간의 풀무통이 그 안은 비어 있어도 끊임없이 바람을 일으켜 쇠를 녹이듯 민간은 자율 안전관리에 힘쓰고 소방은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민간에게 제시하는 안전문화의 바람이 가열차게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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