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반도체 벨트 대전(大戰)이라 할 만하다. 삼성전자가 수원·용인·화성·평택에 자리하고 있다. SK 하이닉스는 이천에 있다. 용인에 삼성(남사)과 SK(원삼) 반도체 클러스터가 추진 중이다. 반도체 두뇌가 밀집된 성남도 있다. 해당 인구만 500만명이다. 국민의힘은 일찌감치 수원에서 화두를 쏘아 올렸다. 방문규·김현준·이수정 등 수원 영입 3인방의 출마 일성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출신의 방 후보는 ‘반도체 메가시티 허브’를 선창했다.
민주당은 ‘반도체 벨트 수성’을 기본으로 한다. 21대 국회의 해당 지역 현역 다수가 민주당 소속이다. 수원의 경우 5곳 가운데 3곳을 재공천했다. 공석이었던 무 지역은 염태영 전 수원시장을 공천했고, 정 지역은 경선 중이다. 기타 지역도 비슷하다. 현역 의원 재공천이 다수다. 반도체 벨트를 지켜온 기존 구도를 지킨다는 전략이다. 물론 인재 영입은 있다. 전 현대차 사장인 공영운 후보를 투입한다. 대기업 CEO의 국제 경쟁력을 도모한다는 목표다.
반도체 벨트에 개혁신당도 뛰어들었다. 이준석 대표가 화성을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지역 현역인 이원욱 의원은 신설 화성 정에 옮겨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삼성전자 상무 출신의 양향자 원내대표가 용인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 대표 스스로 “반도체 벨트에 (두 의원과 함께)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선언했다. 개혁신당의 수뇌부가 반도체 벨트에 모두 동원되는 모양새다. 승패 여부를 떠나 반도체 벨트를 최대 각축장으로 완성한 셈이다.
나쁠 것 없는데, 내실이 문제다. 후보들의 각기 다른 면면이 있다. 반도체에 종사했던 경력자들도 있고, 정책 집행과 관련된 경력자들도 있고, 순수한 정치 경력자들도 있다. 모두가 적임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유권자 보기에는 다르다. ‘반도체 발전과 무관한’ 후보들이 눈에 띈다. 떨어뜨릴 후보다. ‘반도체 발전에 방해될’ 후보들까지 있다. 당연히 떨어뜨릴 후보다. 반도체가 정치권에 바라는 건 간단하다. 국제 경쟁력을 키워줄 인프라 조성이다.
인접 일본의 반도체 부활이 심상찮다. 2021년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 부흥을 선언했다. 이후 세계 기업들이 일본에 투자하고 있다. 대만 TSMC, 미국 마이크론, 인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가 투자를 확정했거나 계획 중이다.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주자들이 일본에 몰려드는 것이다. 이미 2조엔(약 19조2천700억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우리 반도체가 처한 위기에 단편적인 예다. 이를 홀로 짊어지고 가는 경기도의 반도체 현장이다.
크고 섬세한 정치가 필요하다. 국가 정책의 근본을 바꿀 후보자여야 한다. 국제 시장의 핵심을 읽을 후보자여야 한다. 그런 후보가 있는지 이제부터 찾아야 한다. 공약이 그 판단을 내릴 중요한 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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