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시대, 풍물굿 통해 되살아난 영웅들의 이야기 '내가 안점순...'

“갑진년 삼월 일일 ‘내가 안점순이다!!' ‘내가 임면수다!!’”
풍물·노래·무예 등 마당 특색 맞춰 복합예술 선보여

1일 오후 4시30분께 수원 SK아트리움에선 풍물굿패 삶터가 주최한 "갑진년 삼월 일일 ‘내가 안점순이다!!’ ‘내가 임면수다!!’" 공연이 진행된다. 사진은 공연 하루 전날 리허설 무대의 모습. 이나경기자
1일 오후 4시30분께 수원 SK아트리움에선 풍물굿패 삶터가 주최한 "갑진년 삼월 일일 ‘내가 안점순이다!!’ ‘내가 임면수다!!’" 공연이 진행된다. 사진은 공연 하루 전날 리허설 무대의 모습. 이나경기자

 

암울한 시대, 삶의 질곡을 굳건히 견디며 누구보다 앞장섰던 영웅들이 한 판의 굿을 통해 우리 앞에 나타난다. 각자의 목소리를 내뱉은 독립투사들은 곧 ‘내’가 된다. 이윽고 하나가 된 그날 ‘우리’의 함성은 사방에 울려 펴진다. “내가 안점순이고, 임면수이며 김향화이고 김세환이다!”

 

전세계에 대한민국의 독립을 외치기 위해 수많은 시민이 거리로 뛰쳐나왔던 3.1절. 수원 평화의 소녀상 건립 10주년이자 수원 출신의 독립운동가 필동 임면수 선생이 탄생한 지 150주년을 맞이한 의미 있는 해에 특별한 공연이 한 판 벌어진다.

 

1일 오후 4시30분께 수원 SK아트리움 소공연장에서 펼쳐지는 “갑진년 삼월 일일 ‘내가 안점순이다!!' ‘내가 임면수다!!’”는 수원지역의 대표적인 위인 네 명의 이야기를 다룬다.

 

총 다섯 개의 마당으로 이뤄진 프로그램은 수원지역의 수원민예총 풍물굿위원회, 24반 무예경당협회 경기지부 등이 극단, 풍물, 노래, 춤과 노래 등 각 마당의 특색에 맞춰 다양한 예술을 복합적으로 선보인다.

 

첫째 마당에선 독립투사의 혼을 불러내는 초혼마당이 펼쳐진다. 수원의 대표 독립운동가 김세환, 임명수, 김향화 그리고 위안부 피해자에서 여성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의 삶을 살았던 안점순 할머니의 혼이 황해도굿 산천거리를 중심으로 우리 곁에 되살아난다.

공연 포스터. 24반 무예 경당협회 경기지부, 극단 블록, 춤추는 사람들 UpDream(엎드림), 풍물굿패 삶터 , 풍물굿패 꾼 고빗사위 (사)수원민예총 풍물굿위원회 등이 참여한다. 삶터 제공
공연 포스터. 24반 무예 경당협회 경기지부, 극단 블록, 춤추는 사람들 UpDream(엎드림), 풍물굿패 삶터 , 풍물굿패 꾼 고빗사위 (사)수원민예총 풍물굿위원회 등이 참여한다. 삶터 제공

 

둘째 마당에선 영웅들의 합창이 울려 펴진다. 이들은 자신의 일대기를 스스로의 목소리로 풀어낸다.

 

수원 출신의 민족대표 48인으로 수원, 충청지역의 만세운동을 이끈 독립운동가이자 삼일여학교의 기반을 닦고 수원상업학교의 설립을 주도하며 후진교육에 힘쓴 교육가 김세환. 3.1운동 당시 수원에서 동료 기생을 설득해 만세운동을 주도한 독립운동가이자 서대문형무소에서 유관순 열사와 같은 방에 수감되기도 했던 김향화. 모두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셋째 마당에선 만주벌판에서 총칼을 들고 싸우던 임면수 선생과 독립군의 힘찬 기상이 무예를 통해 펼쳐진다.

 

임면수 선생은 수원 출신으로 한일합병 이후 신민회에 가입했으며 만주에서 독립운동 기지를 건설하고 신흥학교를 설립, 군자금 조달하는 등 독립군 양성에 힘쏟았다. 경기도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하기도 하고, 삼일공고의 모태인 삼일학당의 설립자로 민족의식 고취했던 그는 수감 중 혹독한 고문으로 석방 후에도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넷째 마당에선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안점순 할머니를 기억하며 만든 ‘기억의 춤’과 할머니의 육성 영상으로 그녀의 평화를 염원하는 시간이 이어진다.

 

지난 2017년 3월 독일 비젠트 공원에 설립된 ‘독일 평화의 소녀상’ 건립식에서 위안부 피해 안점순 할머니가 건립소감을 밝히던 모습. 수원특례시 제공
지난 2017년 3월 독일 비젠트 공원에 설립된 ‘독일 평화의 소녀상’ 건립식에서 위안부 피해 안점순 할머니가 건립소감을 밝히던 모습. 수원특례시 제공

 

누구보다 강인했던 여성 용담 안점순 선생은 환갑이 넘어 2018년 생의 마지막까지 조카가 있던 수원에 정착해 살아갔다. 일본의 만행을 전세계에 알리고, 다시는 자신과 같은 피해에 나오지 않기 위해 그녀는 국제심포지엄에서 증언 활동을 하는 등 평화와 인권을 위해 앞장섰다. 이를 통해 2014년 3월에는 수원시민과 함께 수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고, 이것이 바탕이 되어 ‘수원평화나비’가 창립됐다.

 

마지막 다섯째 마당에선 배우와 관객이 함께 일어나 ‘내가 안점순이다’, ‘내가 임면수다’, ‘내가 김향화다’, ‘내가 김세환이다’를 외치며 ‘내가 독립군이다’라는 큰기와 함께 모두함께 독립투사가 되는 대동판을 벌인다.

 

공연 연출자인 이성호 (사)한국민예총 풍물굿위원회·풍물굿패 삶터 터장은 살아생전 안점순 선생과 오랜시간 이야기를 나누며 그녀와 발자취를 함께 해왔다.

 

그는 “아직 우리 주변엔 역사를 지우고 왜곡하는 친일세력과 일제 잔재가 많다”며 “이러한 세력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네 명의 인물들은 모두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싸운 이들”이라며 “수원시민을 포함한 이들이 이 역사를 알고 동참해, 우리 모두가 직접 네 명의 인물이 되어 함께 싸웠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전했다.

 

공연은 무료로 진행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