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평범한 이들의 평범한 걱정

이호준 경제부장

“전세보증금 못 돌려받을까봐 걱정이에요”,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학원은 어딘지...”.

 

본보의 K-ECO팀 기자들이 시흥시 정왕동에서 만난 주민들이 갖고 있는 고민이다. 우리 주변 평범한 이들의 고민이지만, 이러한 고민이 조금 특별하게 다가온 것은 정왕동에서 만난 주민들이 ‘외국인’이라는 점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같은 나라에서 살고 있지만 우리와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들. 그러나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일자리 걱정’, ‘집 걱정’, ‘사교육 걱정’ 등 여느 한국인과 다르지 않은 고민을 하고 사는 ‘같은 사람’이었다.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주민의 수가 75만명에 달한다. 이미 우리는 ‘동네 이야기’를 할 때 외국인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계속 심각해지고 있는 저출산 기조 속에 인구 부족에 따른 노동력 감소, 지역소멸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외국인’이 주목을 받는 상황이다.

 

시흥시 정왕동의 경우 한국계 중국인들이 몰리면서 최근 5년 사이 외국인 주민 수가 18%가량 급증했는데, 이 기간 정왕본동은 2천272개였던 사업체가 3천647개로 증가했고, 종사자 수 역시 8천240명에서 9천396명으로 늘어 지역경제가 활력을 갖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현장을 둘러보니 해당 지역의 원룸은 공실을 찾아보기 어렵고 1억원 넘는 권리금이 붙은 점포들도 상당했다. 중국인들이 없는 정왕동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 이상 한국인만으로는 지역사회가 유지되기 어려운 시대에 이제는 외국인들과 조화롭게 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더욱 심도 있는 고민과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

 

그 출발은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는 것에 있으며,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출발선에는 그들도 우리와 ‘같은’ 주민이라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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