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당동 경기버스 라운지, 무용론 정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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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20년 10월 6일 오후 서울 사당역 4번 출구 앞에 새로 설치된 ‘경기버스라운지’를 방문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경기일보DB

 

경기도의 경기버스라운지 유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가 사당역 광역버스 정류소 인근에 운영하는 시설이다. 서울을 오가는 경기도민이 쉬어 가는 게 목적이다. 쾌적한 환경에 편의 시설까지 갖춰져 있다. 이게 목적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버스 승객이 아닌 서울시민의 무료 카페처럼 쓰이고 있다. 정작 광역버스 승객들은 거의 이용하지 않고 있다. 애초 수요 조사부터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폐지 주장까지 있다.

 

시설이 들어선 곳은 사당역 4번 출구 앞 빌딩이다. 3, 4층에 자리잡은 시설의 좌석은 모두 48개다. 버스도착정보 알림, 와이파이, 유무선 충전포트, 냉·난방기, 공기청정기, 정수기, 수유실, 남녀 전용 화장실 등이 있다. 2020년 임대료 포함 9억4천만원을 들여 마련했다. 평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토·일요일에는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운영된다. 입구에 부착된 표어처럼 ‘기다림이 행복하다’가 사업 목표다. 그런데 이용객이 적다.

 

개소 이후 하루 30여명에 불과해 텅텅 비다시피 했다. 최근 들어 다소 늘었다지만 여전히 100여명에 불과하다. 같은 규모의 시중 커피숍이었다면 벌써 문 닫았을 정도다. 더 답답한 건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경기도 승객의 이용률이다. 버스 승객을 하루 3만명으로 볼 때 이용률 1% 정도다. 그나마 이용자의 태반은 경기도민이 아니다. 최근 한 방송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용객의 절반은 일반 서울시민이다. 서울시민에게 내 준 10억원짜리 시설인 셈이다.

 

문제는 향후에도 이용 실태가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당초의 수요 예측에서 오판이 컸다. 퇴근 시간 전후해 정류소에는 50m 가까이 줄을 선다. 경기버스라운지에 있어서는 버스 타기가 어렵다. 교통정보 일반화로 차량 도착 시간을 정확히 예측한다는 점도 이용자가 없는 이유다. 시간 맞춰 도착하는 이용자들이 건물 3, 4층까지 올라와 대기할 이유가 없어서다. 문제점은 이미 담당 공무원들까지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잘못된 정책이 확인되는데 왜 안 없애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임대 기간이 2025년 5월이라는 점을 이유로 든다. 설득력 없는 해명이다. 올해 예산만 해도 3억8천만원이 들어간다. 효용성 없는 시설에 임대 기간이 남았다고 수억원씩을 계속 써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무엇보다 경기버스라운지의 운영 실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것을 권한다. 현장을 방문하고 이용자 얘기를 들으면 어렵지 않게 방향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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