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L공사 이관 ‘나 몰라라’... 노조 등 뒤로 숨는 정부라니

수도권매립지는 인천에 있어 멍에 같은 것이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전역의 쓰레기가 밀려든다. 30년이 넘게 그 많은 쓰레기를 묻고 덮었다. ‘쓰레기 발생지 처리’의 치외법권 지대다. ‘이제 그만’은 인천시민의 숙원이다. 그러나 그 길은 참으로 지난하다. 남의 땅에 쓰레기를 가져다 묻는 쪽의 속셈이 달라서다. 정부도 수도권매립지를 더 오래 열어두고 싶어 한다. 이러니 이를 둘러싼 인천 서울 경기 환경부간 협의는 겉돌기만 한다.

 

‘수도권매립지정책 4자 협의체 합의서’라는 게 있다. 2015년 6월 인천 서울 경기 환경부가 서명한 약속이다.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이뤄내기 위한 로드맵이다. 선결 조건도 담았다. 매립면허권 및 소유권 인천 양도, 매립지공사 관할권 인천 이관, 반입수수료 가산금 인천 지원, 주변지역 개발 및 경제 활성화 등이다.

 

올들어 인천시는 우선 수도권매립지공사(SL공사)의 인천 이관에 나섰다. 세부 이행 계획도 마련했다. 공사 근로자의 고용과 처우를 유지한다. 주변 영향 지역의 주민권리를 확대한다. 환경 피해 모니터링단을 운영한다 등등. 노조와의 갈등 해결 방안도 제시했다. 공사의 기능을 매립지 관리에서 자원순환전문기관으로 승격, 사업영역을 확대한다. 근로자 전원 고용 승계 및 신규 시설 채용 시 기존 경력자 우대 채용 등이다.

 

이런 준비를 거쳐 인천시는 최근 환경부 경기도 서울시에 동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반응은 뜻밖이었다. ‘노조의 동의가 없으면 SL공사 인천시 이관이라는 선결조건을 추진할 수 없다.’ 3자가 한목소리였다. 같이 합의해 놓고 민감한 노조 설득은 인천시에만 떠넘기는 자세다. 아니면 안 그래도 인천에 주기 싫으니 혹을 하나 더 붙이자는 것인가.

 

환경부 서울시 경기도가 4자 합의를 정면으로 어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4자 합의는 이러했다. ‘공사 노조 및 주변 지역 주민에 대한 갈등 해결방안을 세부적으로 제시할 경우 SL공사 이관이 이뤄지도록 한다.’ 이제 와서 ‘갈등 해결’을 추가하면서 인천시의 공사 이관 계획에 동의하지 않으려 한다. 이에 편승해서인지 SL공사 노조도 세게 나온다. ‘공사 이관 정책의 폐지를 전제하지 않으면 인천시와의 모든 대화 채널에 참여하지 않겠다.’

 

기본적으로 수도권매립지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 사건이다.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가 무슨 약조라도 했나 싶다. 특히 환경부는 SL공사를 지도 감독하는 기관이다. 인천시에 떠넘기고 노조 등 뒤에 숨어 눈치만 보겠다는 주무부처라니. 병리적 관료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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