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딥페이크 기승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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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섭 논설위원

‘가상으로 꾸며본 윤 대통령 양심고백 연설’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SNS에서 한참 돌아다녔다. 40여초 분량의 영상에는 윤 대통령과 똑같이 생긴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무능하고 부패한 윤석열 정부는 특권과 반칙, 부정과 부패를 일삼았다. 저 윤석열은 상식에서 벗어난 이념에 매달려 대한민국을 망치고 국민을 고통에 빠뜨렸다”고 고백한다.

 

이 영상은 가짜다. 대선 후보 시절의 연설 영상을 부분부분 짜깁기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윤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하지 않은 것은 누구나 안다. 영상 제목에 ‘가상으로 꾸며본~’이라는 자막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뜻 보면 진짜인가? 의심하게 된다. 윤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을 리 없지만, 얼굴만 보면 대통령과 꼭 닮아 국민들이 속을 수도 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딥페이크’ 영상은 “명백한 허위 조작”이라며, 국민을 호도할 우려가 커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미 수사에 착수했다. 방송통신심의위는 ‘사회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영상’이라며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에 접속차단을 요청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있다. 조작 영상이 단순 풍자이고, 영상에 ‘가상’이란 표시가 돼 있어 괜찮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보는 이에 따라 견해가 다르겠지만, 가짜 뉴스인 만큼 더 이상 유포되지 않게 하는 게 맞다.

 

4·10 총선이 다가오면서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영상·이미지 합성 조작물인 딥페이크 게시물이 활개를 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29일부터 16일까지 딥페이크를 이용한 선거운동 행위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게시물을 129건 적발했다. 선관위는 상대 당 후보가 참석하지 않은 행사에 참석한 듯 이미지를 합성하는 등 특정 정치인의 이미지를 왜곡하거나 조롱하는 영상물을 모두 삭제했다.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딥페이크물을 제작·편집·유포·상영·게시할 수 없다. 위반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최고 5천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럼에도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딥페이크는 기승을 부릴 것이다. 가짜 이미지와 영상이 선거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게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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