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섭 논설위원
지난해 전국 만 65세 이상 택시 기사는 모두 10만7천800여명이다. 법인·개인 택시를 합친 숫자로 전체 택시기사의 45%에 이른다. 4년 전인 2019년(8만2천900명)과 비교해 30%가량 늘었다.
이런 가운데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체 교통사고 중 고령 운전자 비율은 2019년 14.4%에서 2022년 17.3%로 늘었다. 지난 5년간 운전 미숙으로 판단할 수 있는 차량 단독 교통사고 사망자 30% 정도가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였다. 운전을 하려면 인지능력, 주의력, 공간 판단력이 필요한데 나이가 들수록 이런 기능이 저하돼 사고 위험이 커진다. 정부는 고령 운전자에 대한 관리제도를 강화하려 하지만, 택시업계는 면허권 박탈이 ‘생계권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자리를 찾는 고령층이 많다. 70세 이상 연간 고용률이 지난해 처음으로 30%를 넘었다. 70~74세 고용률은 39.9%, 75세 이상은 24.3%였다. 75세 이상 고용률 산출은 지난해 처음 했다.
70세 이상 취업자는 2018년 121만9천명에서 지난해 184만9천명으로 51.6%(63만명) 증가했다. 취업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가 ‘생활비’ 때문(52.2%)이란다. 그것도 젊은층이 기피하는 소위 3D(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업종을 중심으로 고령층 노동자가 많다. 과거와 달리 자식에게 재정적으로 기대기 어려운 점, 의료기술 발달로 신체적 건강 수준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지만 씁쓸하다.
70세 이상 고용률이 높아진 것은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데 반해 노후 대비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23’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0.4%로 1위다. 일본(20.2%)·미국(22.8%)의 두 배 수준이고 회원국 평균치(14.2%)의 세 배에 가깝다.
칠순이 넘어서도 일터를 떠나지 못하거나, 일터로 내몰리는 노인들. 허드렛일을 하며 저임노동에 시달리는 노인들. 이것이 한국 노인의 서글픈 현주소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