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송 고용노동부 안양지청장
노동법은 노동자만을 위한 법이라면서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주들을 너무 힘들게 한다는 하소연을 자주 듣게 된다. 그런데 노동법이 사실은 사업주들을 위해 만든 법이라는 의견도 있다. 노동자들의 권익을 적절히 보호하는 것이 결국은 사업의 영속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올해 1월 말부터 50인 미만의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새로운 노동법이 확대 적용되고 있으나 대부분의 사업주는 이 법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이 없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영세 사업장에서도 언제든지 중대재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미리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사망 등 중대한 산업재해가 일어났을 때 사업주에게 직접 형사책임을 부과하도록 한 제도다. 사업주의 책임 규모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매우 엄중하므로 자칫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다만 사업주가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체계를 적절히 갖췄을 땐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한다.
그렇다면 안전관리자도 제대로 없는 영세사업장에서 어떻게 하면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고,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고민 끝에 정부가 내놓은 방안이 ‘산업안전 대진단’이다. 산업안전 대진단은 ‘국가건강검진’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평소 건강할 때 내 몸을 검진해 혹시 모를 큰 병의 징후를 미리 발견하듯이, 내 사업장에서 싹트고 있는 산재의 징후를 미리 발견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자가 진단의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더욱이 이번 대진단을 받은 사업장에 대해선 사업장 사정에 맞는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상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치유해 적절한 산재예방체계를 갖춘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만에 하나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법적책임을 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산업재해는 제조업, 건설업 뿐만 아니라 음식점이나 소매점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고 근로자 수가 5인이 넘으면 모두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으므로 모든 사업주가 ‘산업안전 대진단’을 통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
‘산업안전 대진단’은 사업장의 안전 수준을 ‘문진’ 방식으로 자가진단 하도록 하고, 진단 이후엔 컨설팅,기술지도 및 시설개선을 포함한 재정적 지원까지 연계하는 사업이다. 진단은 컴퓨터나 휴대폰 접속으로 가능하고, 가까운 노동청이나 산업안전보건공단에 요청하면 우편 또는 방문을 통해 전달된 자가진단표를 통해서도 실시할 수 있으며, 소요시간도 10여분으로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산업안전 대진단’은 50인 미만 기업이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공하는 매우 소중한 기회다.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사업장도 잘 유지되도록 대상 기업 모두가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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