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의 경계를 기록하다”…‘자연과 개발 사이: 다큐경기 2024 사진전’

박상문 작가의 ‘남양주 삼패동2022(2024)’ 작품. 작가는 사람과 사람이 사는 공간을 물이 가르고 있지만 또한 그 물을 매개로 우리의 삶이 어울러져 있음을 나타내며 자연과 개발 사이 갈림길을 표현했다. 예술공간 ‘아름’ 제공
박상문 작가의 ‘남양주 삼패동2022(2024)’ 작품. 작가는 사람과 사람이 사는 공간을 물이 가르고 있지만 또한 그 물을 매개로 우리의 삶이 어울러져 있음을 나타내며 자연과 개발 사이 갈림길을 표현했다. 예술공간 ‘아름’ 제공

 

우리가 자연을 지키는 것일까 아니면 자연이 우리를 지키는 것일까. 도시 한 가운데 딱딱한 철제펜스와 대형 콘크리트 건물 그리고 아파트 사이를 지키고 있는 상록수 하나. 언제부터 존재했을지 모를 거대한 나무는 어쩌면 인간을 껴안고 있을지 모른다.

 

‘자연과 개발 사이 : 다큐경기 2024 사진전’은 자연과 개발에 놓인 경계선을 기록했다. ‘다큐경기’는 경기도의 오늘을 기록하는 사진가 그룹으로 2015년 결성 후 해마다 경기도의 한 지역을 선정해 사진을 찍으며 전시를 열어왔다. 지난 17일 개막해 오는 25일까지 수원시 팔달구 예술공간 ‘아름’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자연과 개발 사이’를 주제로 권순섭, 김건우, 남윤중 등 14명의 작가가 참여해 자연과 개발의 갈림길에서 순식간에 사라진 공간 혹은 시간을 머금은 동네, 콘크리트에 남겨진 자연의 흔적, 인간의 손길이 닿은 곳의 변화와 그럼에도 때로 그 속에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자연을 기록했다.

 

‘자연과 개발 사이 : 다큐경기 2024 사진전’에서 만날 수 있는 박상환 작가의 ‘동두천 안말상회2020(2024)’. 이곳은 철거되고 현재 사라진 공간이다. 예술공간 ‘아름’ 제공
‘자연과 개발 사이 : 다큐경기 2024 사진전’에서 만날 수 있는 박상환 작가의 ‘동두천 안말상회2020(2024)’. 이곳은 철거되고 현재 사라진 공간이다. 예술공간 ‘아름’ 제공

 

2019년부터 동두천시의 기록 작업을 진행한 박상환 작가는 ‘동두천 안말상회2020(2024)’를 통해 미군기지가 들어서고 대부분이 철수하기까지의 흥망성쇠의 흔적, 수도권 외곽의 위치가 어떻게 동네를 변화시키는지를 담아냈다. 하봉암동은 동두천의 북부 경계로 연천군과 맞닿아 있다. 사방이 아파트 단지로 둘러쌓여 있거나 미군 기지와 화려한 그라피티가 눈을 사로잡는 주변과는 사뭇 다른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작은 시의 외곽 풍경을 담은 동네다. 과거 ‘안말 마을’이라 불리던 이곳의 안말상회는 마을에서만 40년 넘게 운영된 가게로 GTX 노선 공사로 인해 철거됐다.

 

박창환 작가의 ‘수원 2010&2023#1(2024)’ 작품. 수원화성 서장대에서 바라본 2010년과 2023년 수원의 모습을 한 장에 나타냈다. 예술공간 ‘아름’ 제공
박창환 작가의 ‘수원 2010&2023#1(2024)’ 작품. 수원화성 서장대에서 바라본 2010년과 2023년 수원의 모습을 한 장에 나타냈다. 예술공간 ‘아름’ 제공

 

수원이라는 도시의 자연과 개발을 한 눈에 가늠해볼 수 있는 작품도 있다. 박창환 작가의 ‘수원 2010&2023#1(2024)’는 2010년과 2023년 수원 화성 서장대에서 바라본 수원의 모습을 사진 한 장으로 합성했다. 작품 가운데 위치한 수원화성을 경계로 하단에는 낮은 건물이 위치한 2010년의 모습을, 상단에는 아파트와 고층 건물이 즐비한 2023년의 상반된 모습을 담아내며 시간의 흐름에 따른 도시의 변화를 압축해 표현했다.

 

수원 공군기지를 키워드로 서수원의 자연과 개발을 녹여낸 박김형준 작가의 ‘서수원 평동(2022)’ 작품. 예술공간 ‘아름’ 제공
수원 공군기지를 키워드로 서수원의 자연과 개발을 녹여낸 박김형준 작가의 ‘서수원 평동(2022)’ 작품. 예술공간 ‘아름’ 제공

 

박김형준 작가는 ‘서수원 평동(2022)’을 통해 새로운 것을 위해 이전의 것이 어떻게 바뀌고 사라져가는지를 나타냈다. 작품은 수원 공군기지 바로 옆 고물상이 있던 곳을 배경으로 한다. 인근의 건설현장 등에서 나온 녹슬고 빛바랜 고철자재는 얼핏 나무 덩쿨더미처럼 자리잡은 모습이다. 마치 드넓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여인의 옆얼굴 같은 공간에는 참새 두마리가 나란히 앉아있다.

 

김윤섭 작가의 ‘육지가 된 섬,우음도(2023)’ 작품. 예술공간 ‘아름’ 제공
김윤섭 작가의 ‘육지가 된 섬,우음도(2023)’ 작품. 예술공간 ‘아름’ 제공

 

수원, 시흥, 화성 등에서 지역 기록사진 작업을 하는 김윤섭 작가는 ‘육지가 된 섬,우음도(2023)’를 통해 한때 바다였던 곳이 육지로 변화한 시간의 흐름을 담아냈다.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에 위치한 우음도는 시화방조제가 만들어진 뒤 육지가 됐다. 작가에 따르면 작품 속 우음도 서쪽의 바위는 18억 7천만 년 전에 형성된 지질명소이며 주변은 송산그린시티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처럼 경기도 곳곳의 과거와 현재, 변화된 모습을 전시를 통해 감상하는 건 어떨까. 다큐경기 2024 사진전 참여작가 중 한명이자 예술공간 아름의 홍채원 관장은 “자연과 개발 사이 기록된 경계의 모습을 하나의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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