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고래 싸움에 쓰러지는 환자들

김규태 사회부장

결국 8천816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7천813명은 현장을 이탈했다. 경기도와 인천에서도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 숫자가 1천2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전형적인 ‘강 대 강’ 대치 국면이다. 일각에서는 작금(昨今)의 의료계 파업이 짧으면 2개월, 길면 6개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야말로 재앙이다. 두 명의 골리앗 싸움에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것은 환자와 그 가족들이다.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피해 접수가 늘어가고 있다.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 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는 20일 오후 6시 기준 58건으로 집계됐다. 수술 취소, 진료예약 취소, 진료 거절, 입원 지연 등이 포함됐다. 이 수치는 앞으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년 전부터 예약된 자녀의 수술을 위해 보호자가 회사도 휴직했지만 갑작스럽게 입원이 지연된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경기지역을 대표하는 성빈센트병원과 아주대병원을 ‘뺑뺑이’ 돌아도 의사가 없어 결국 자식의 수술을 진행하지 못한 부모가 울분을 토했다. 또 응급실 ‘전화 뺑뺑이’에 받아줄 곳을 찾지 못하던 80대 환자가 군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 기사회생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모든 싸움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들 한다. 그런데 의료계 파업은 조금 다른 시각에서 접근했으면 한다. 사람의 목숨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어렵겠지만 현장을 지키면서 대표자들이 정부와 싸우면 환자들과 그 가족, 그리고 일반인들이 우군(友軍)이 돼 줄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딱 반대 상황에 처한 의료계라고 보면 된다. ‘환자를 볼모로 잡고 있다’는 명제가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의 대의명분을 덮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싸움에 시간은 의료계 편이 아님을 직시하자. 의료계의 고충도 알겠다. 그래도 돌봐야 할 환자가 우선이지 않을까. 현명한 판단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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