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무용, 서커스, 무예까지”…창작극 ‘해후’ 막바지 연습 현장

‘해후’는 전통무용, 무예, 극, 곡예 등이 관객과 어우러지도록 무대를 구성해 종합 예술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사진은 과거 공연의 모습. 아트컴퍼니 예기 제공
‘해후’는 전통무용, 무예, 극, 곡예 등이 관객과 어우러지도록 무대를 구성해 종합 예술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사진은 과거 공연의 모습. 아트컴퍼니 예기 제공

 

‘만년(萬年)의 수(壽)를 받들어 빈다’는 뜻으로 정조가 그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지은 곳이자 혜경궁의 성대한 회갑연이 열렸던 화성 행궁의 ‘봉수당’. 그 인근에 위치한 한 지하연습실에서 지난 15일 오후 7시께 봉산탈춤보존회, 배우, 전통무용가, 곡예사 등 각양각색의 예술인이 모였다.

 

흥이 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곡선의 전통 무용과 직선의 절도 있는 무예가 한바탕 어우러졌다. 발차기를 선보이며 엄청난 기세를 뿜어내던 무관들 뒤로 정조와 그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등장했다. 울부짖는 목소리로 갈등을 빚는 모자의 모습은 보는 이를 긴장하게 만들고, 순식간에 200여년 전 조선의 그날로 몰입시켰다.

 

수원문화재단은 오는 23~24일 정조테마공연장에서 전통예술 창작극 ‘해후’를 선보인다. 이날 연습실에선 ‘해후’ 무대에 오르는 출연진들이 공연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었다.

 

‘해후’는 화성행궁에서 8일간 벌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를 바탕으로 전통무용, 무예, 극, 곡예 등이 어우러진 총체극이다. 사도세자의 아들임을 공표하면서 끊임없는 암살 시도를 받은 정조, 아들과 지아비 중 한 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혜경궁 홍씨가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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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3일부터 양일간 수원문화재단이 창작극 '해후'를 선보이는 가운데 막바지 연습이 한창인 모습이다. 이나경기자

 

‘해후’의 제작단체 아트컴퍼니 ‘예기’의 수장이자 공연의 예술감독 및 총연출을 맡은 안영화 대표는 “지극히 로컬의 이야기를 담아냈다”고 표현했다. 이 모든 이야기에 수원 화성이라는 공간의 존재가 가진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1776년 영조대왕이 붕어하고 세손 이산(정조)은 조선의 제22대 왕으로 등극해 자신이 사도세자의 아들임을 세상에 널리 알린다. 이는 노론의 세력을 자극하게 되고, 계속된 암살 시도의 배후에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가문이 연루되며 조정엔 피바람이 분다. 하지만 정조는 보란듯이 사도세자의 묘를 화산(현재의 화성)으로 이전하고, 수원에 화성을 건설한다.

 

1795년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수원으로 향한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인 현륭원에 참배하고 혜경궁 홍씨의 진찬연을 열기까지, 가장 존귀한 왕가의 이야기이지만 그 속엔 갈등과 반목 속에 사랑으로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안영화 대표는 “당시 왕의 행차 자체가 백성에겐 크나큰 축제이자 행사”였다며 “수원으로 떠나는 정조의 모습, 왕의 행차를 구경하고 한바탕 잔치를 벌이는 백성, 회갑연을 준비하는 여령, 장용영의 군사 등의 모습을 담았다”고 말했다.

 

‘해후’는 전통무용, 무예, 극, 곡예 등이 관객과 어우러지도록 무대를 구성해 종합 예술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사진은 과거 공연의 모습. 아트컴퍼니 예기 제공
‘해후’는 전통무용, 무예, 극, 곡예 등이 관객과 어우러지도록 무대를 구성해 종합 예술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사진은 과거 공연의 모습. 아트컴퍼니 예기 제공

 

안 대표는 전통 한국무용수들뿐만 아니라 배우, 곡예·탈연희·무예 등의 연희팀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을 한 데 모았다. 왕실의 얼굴뿐만 아니라 나라의 축제를 준비하고 즐기는 백성의 모습을 그대로 불러왔다. 극의 절반 이상이 퍼포먼스로 구성된 것도 이러한 이유다.

 

봉수당 진찬연이라는 전통을 얼마만큼 해체하고 확장했느냐는 이번 공연의 핵심이다. 태권도를 기반으로 한 무예팀 ‘라온제나’는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해 정조의 친위부대인 장용영 병사들의 무예를 펼치고, 예기 소속의 무용팀은 봉수당 진찬연을 준비하는 여령의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 우리나라 1세대 곡예사 안재근은 ‘산악백희’라는 전통의 마술을 펼친다. 수원의 낙성연 그림에서 호랑이탈, 사자탈의 연희의 기록은 봉산탈춤보존회를 통해 재현됐다.

 

‘해후’는 2016년 초연, 2017년 재연 이후 6년 만에 관객과 다시 만나게 됐다. 시간이 흐른 만큼 작품엔 세련미가 더해졌다.

 

안 대표는 “과거에는 회갑연이 벌어졌던 봉수당 실제 현장에서 무대를 펼치기도 했다. 그때의 감동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영상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현대의 기술을 접목한 것도 관전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공연을 앞둔 배우들 역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2016년 초연부터 정조로 작품에 참여한 정의갑 배우는 “정극만 임하다 다양한 장르의 이들과 함께한 것은 신선한 자극”이었다며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을 다시 많은 분들께 선보일 수 있어 뜻깊다”고 전했다.

 

안 대표는 “지역이 안고 있는 역사와 전통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쉽게 전달하려 노력했다. 서로 다른 장르의 융합으로 시너지를 내는 등 대중적인 접근방식을 많이 고려한 작품”이라며 “많은 분들께서 편안하게 함께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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