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안산 선감학원 사건 희생자에 대한 유해 발굴을 추진한다. 당초 도는 인권침해의 핵심 주체가 국가인 만큼 국가가 유해 발굴을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유해 부식 가속화 등의 시급한 상황과 피해자단체·시민단체 요청 등으로 직접 나서기로 했다.
도는 유해 발굴 작업을 위해 이달 초 9억원을 예비비로 긴급 편성했다. 3월 초부터 1년5개월간 발굴·조사·감식·봉안 등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발굴 대상 지역은 안산시 선감동 산37-1번지 총면적 2천400㎡의 묘역으로, 114기의 선감학원 희생자 유해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선감학원 사건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부터 1982년까지 부랑아 교화라는 명분 아래 4천700여명의 소년들에게 강제노역, 구타, 가혹행위, 암매장 등 인권을 유린한 사건이다. 선감학원에선 1946년 경기도로 관할권이 이관돼 1982년 폐쇄될 때까지 인권침해 행위가 계속됐다. 이 사건은 ‘아동판 삼청교육대’나 다름없다. 1980년대까지 국가폭력에 의한 잔혹한 인권유린이 있었다니 충격적이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2022년 9월과 2023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해당 묘역의 일부 분묘를 시굴해 희생자 유해로 추정되는 치아 278점과 고리·단추 등 유품 33점을 발굴했다. 과거사위는 선감학원 사건을 ‘공권력에 의한 아동인권침해’로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선감학원의 핵심적인 주체인 국가가 희생자 유해 발굴을 비롯한 진실규명을 주도하고, 경기도는 협조하는 역할을 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 주관 유해 발굴 사업 예산은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국가 주도의 유해 발굴이 어렵게 됐다. 정부는 이후 무책임하게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경기도가 나서게 된 것이다. 묘역이 40년 이상 방치돼 유해 멸실 우려가 있는 데다 신속한 발굴을 통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켜 주기 위해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선감학원 사건은 명백한 국가폭력”이라며 “그러나 정부는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에도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경기도에서 유해 발굴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경기도는 올해 선감학원 사건 피해 지원 대책으로 피해자 지원금과 의료 지원을 포함해 선감학원 옛터 보존·활용 연구, 추모비 설치, 희생자 유해 발굴 등에 예비비를 포함해 총 22억5천만원을 편성했다.
반면 위법적 부랑아 정책으로 인권을 짓밟은 국가는 책임을 회피하고 아무 조치도 없다. 가해자인 국가는 책임을 인정하고, 선감학원 희생자의 명예 회복과 상처 치유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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