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칼럼] 간신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윤준영 한세대 휴먼서비스대학원 공공정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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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신(六邪臣)의 하나로 간사한 신하를 뜻하는 간신(奸臣)은 동서고금을 통해 존재해 왔다. 일찍이 공자는 간신의 유형을 다섯 가지로 구분했는데 ‘마음을 반대로 먹고 있는 음험한 자, 말에 사기성이 농후한데 달변인 자, 행동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고 고집만 센 자, 뜻은 어리석으면서 지식만 많은 자, 비리를 저지르며 혜택만 누리는 자’라고 했다.

 

간신들은 본인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주군의 심기를 살펴 명령에 따라 충성을 다한 것뿐이라고 열변을 토한다. 2015년 개봉한 한국 영화 ‘간신’은 연산군 재위 시절 채홍사로 일했던 대표적인 간신이라 불리는 임숭재에 관한 이야기다. “단 하루에 천년의 쾌락을 누리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나이다”라는 대사는 소름 끼침을 넘어 무섭기까지 하며 죽을 때에도 “오직 임금께 미인을 바치지 못하는 게 한스럽다”는 유언을 남겼을 정도다. 과연 그를 임금이 원하는 것에 심기를 살펴 최선을 다해 일했기에 충신이라 할 수 있을까?

 

과거 절대적 권력의 군주제 시절에는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현대사회에도 많은 사람은 주변에서 간신이라 여겨지는 사람들을 상당히 많이 보고 겪고 있을 것이다. 간신은 사회의 악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간신들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현대사회에서도 과거와 다르지 않게 권력이 있는 곳이면 간신은 필연적으로 존재하고, 오히려 과거보다 현대에서 더욱 그들은 웬만해서 실패하거나 좌절할 일이 없다. 그들이 지니는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는 뒷걸음치는 처세술과 자기 이득에 따라 남을 위하는 척하며 이용하는 권모술수, 그리고 윗사람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늘 심기를 파악하며 한편으로는 정적들을 끊임없이 견제하고 기회를 잡아 도태시키는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권력 1위라는 대통령의 주변을 한번 살펴보라. 과연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게 일하는 것을 충신이라 할 수 있는가? 그들은 절대로 대통령을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의 눈에는 본인을 방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듣기 싫은 말이고 심기를 거스르는 말을 하더라도 충언과 직언을 하는 참모들과 이를 꼬집는 언론들도 주변에 둬야 한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의 주변을 보면 간신 임숭재같이 모두 다 대통령의 의중만을 바라보고 판단하고 있을 뿐 진정으로 대통령을 위해 일하는 참모들이 보이지 않기에 수많은 언론에서 지적하는 문제의 내용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행동은 변화가 없을 수밖에 없다.

 

간신들의 노림수는 간단하다. 윗사람 한 사람에게만 충성하면 나머지 모든 사람을 자기의 발 아래 두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권력을 누릴 수 있기에 이러한 방법이 본인이 최고 권력자가 되지 않고도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간신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그렇기에 현명한 권력자는 본인에게 무한한 신뢰와 지지를 보내는 사람뿐만 아니라 본인의 심기를 거스르는 언행을 할지라도 직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주변에 둬야 한다.

 

권력자들에게 충언한다. 역사를 보고 명심하라!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권력은 영원할 수 없다. 현재는 본인에게 충성하는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분명히 간신들은 권력이 사라지면 또 다른 권력을 찾아 하이에나처럼 두리번거린다. 공자는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는 이롭고, 충직한 말은 귀에 거슬리나 행실에 이롭다”고 했다. 귀나 심기에 거슬리는 사람도 곁에 두고 늘 충언을 듣도록 귀와 마음을 열고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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