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내 몰래 녹음을 무한정 인정한 것으로 오해될까 걱정이다. 제한적인 경우에만 한정해 증거 능력을 인정한 판결이다.
웹툰 작가 주호민씨 자녀 사건 판결 후유증이 적지 않다. 지난 2일 전국특수교사노조가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교사노조연맹 산하 전국초등교사 노조, 경기 및 인천교사노조 특수교사 40여명도 함께했다. 특수교육과 통합교육을 후퇴시키는 불법녹음 증거 능력을 배제하라고 주장했다. 또 “교육 현장에 장애아동의 정상성에서 배제하고 별개의 특별한 집단으로 분리 권고하는 파장을 불러왔다”며 해당 판결을 비난했다.
앞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도 가세했다. “특수교사 유죄 판결에 대해 유감”이라며 “특수교육 현장의 특수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그는 “재판부가 여러 상황을 고려해 판단한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몰래 녹음한 것이 법적 증거로 인정돼 교육 현장이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판결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파장은 늘 크다. 그래서 판결은 취지대로 정확히 해석돼야 하고 왜곡 없이 전달돼야 하는 것이다.
이 판결에 앞서 대법원은 몰래 녹음의 증거 능력을 부인했다. 부모가 아이 가방 속에 녹음기를 넣어 보내 녹음한 사건이다. 1, 2심에서는 모두 증거능력이 인정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녹음 파일의 증거 능력을 부인했다. 주씨 자녀 사건도 당연히 대법의 판결 취지를 따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수원지법 형사 9단독 곽용헌 판사의 판결은 유죄였다. 몰래 녹음된 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했고, 해당 교사에게 선고 유예 판결을 내렸다.
판결이 몰래 녹음의 증거 능력을 무한정 인정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곽 판사도 주씨 측이 녹음한 내용이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봤다.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큰 틀의 조건은 인정했다. 다만 이 사건의 특수성을 감안한 위법성 조각 사유를 살폈다. 몰래 녹음이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 즉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 판례가 하급심을 지배하는 것은 동일한 사건 또는 유사성이 높은 사건의 경우다. 앞서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사건과 주씨 자녀 사건이 완전히 같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에서만 나타나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만한 특수하고 예외적인 측면을 곽 판사는 고려했다. 현직 교육감과 관련 교원단체의 걱정을 당연히 존중한다. 다만, 일반인들이 ‘몰래 녹음해도 된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다. 이번 판결은 그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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