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림 한국YMCA 전국연맹 경기도협의회 대표
2024년 청룡의 해에 국민건강보험료가 7.09%로 작년과 같이 동결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면서 한편으로는 보험재정 건전성이 걱정되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 건강 증진과 재정 안정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불법 개설 기관 즉, 사무장병원이나 면허대여약국은 공단의 보험재정 및 국민의 건강권에 위협 요인으로 대책이 시급하다.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은 겉으로 보기엔 일반 병의원이나 약국처럼 똑같이 의사가 진료하고 약사가 약을 조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일반 국민이 식별하기 어렵다. 그러나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은 오너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불법적 환자 유치 및 일회용 의료용품 재사용, 비약사의 약물상담 등으로 인한 약물 오·남용 등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로 질 낮은 보건의료 서비스와 각종 위법 행위로 건전한 의료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보도 자료를 보면 공단이 조사한 결과 불법 개설 기관은 2009~2023년 확인된 곳이 1천717개이며 불법 개설 기관이 편취한 금액은 무려 3조4천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 기관에 대한 수사 기간이 평균 11.5개월 소요돼 이에 대한 환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환수 결정한 3조4천억원 중 환수율은 6.9%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처럼 국민 건강권 위협과 공단 재정의 누수를 불러오는 불법 개설 기관의 행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문지식을 갖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특별사법경찰관이란 특별한 사항에 한정(사무장병원, 면허대여약국)해 수사권을 갖는 사법경찰로, 제한 없는 수사권을 갖는 일반사법경찰관과는 다른 개념이다. 불법 개설 기관 등에 대한 제한된 수사권을 행사함으로써 앞서 언급한 불법 의료 행위와 건강보험 재정의 부당 편취를 단속하고 수사 기간을 3개월 이내로 대폭 단축해 폐업으로 인한 재산 은닉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공단에 특사경 권한 부여는 수사권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으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불법 개설 기관에 대한 정보를 가장 정확하고 광범위하게 확보할 수 있는 기관이다. 또 단속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보유한 전문기관이기도 하다. 이 문제에 대해 신속하고 전문적인 대응이 가능한 가장 적절한 기관인 셈이다. 또 수사권 오·남용 해법은 특사경 권한의 제한적 운영, 그 직무 범위의 정확한 설정, 집행 행위의 투명성 등을 확보하면 해결할 수 있다.
21대 국회에서 공단의 특별사법경찰 권한인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지난 2020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4건이 발의됐으며 몇 년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국민의 건강권과 보험 재정을 갉아먹고 위협하는 불법 개설 기관, 즉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등을 근절하지 못한다면 폐해의 피해자는 오롯이 국민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한 부여는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제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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